2024년 11월 26일(화)

'가습기 살균제' 특별팀 꾸려 피해자 이어 법원까지 속인 SK케미칼

(좌) SK케미칼 (우) 김철 SK케미칼 대표 / 뉴스1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조직적 은폐 정황 또 나와 법원 속일 대책 논하는 '가습기 살균제 TF'까지 꾸려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물질 제조사지만 법적 처벌은 피해왔던 SK케미칼.


현재 검찰의 칼끝이 김철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윗선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SK케미칼이 과거 2013년 '옥시 사태' 당시에 법원을 속일 대책을 논의하는 '가습기 살균제 테스크 포스(TF)'를 따로 꾸렸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TF에 속했던 직원들은 서로 이메일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수사와 소송에 대비해 입을 맞추고 증거까지 인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윤리가 무뎌진 듯한 SK케미칼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1일 SBS '8뉴스'는 법원이 6년 전인 2013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SK케미칼에 내부 유해성 실험 사실조회 요청을 하자 재판부를 속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 뉴스1


2013년 '옥시사태' 때 재판부까지 속인 정황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TF 꾸려 수사에 소송까지 대비한 SK케미칼, 재판서 법적 처벌 피해 


SK케미칼은 당시 홈플러스에서 판매했던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원료를 만들어 납품해 법원으로부터 사실조회 요청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SK케미칼에 '가습기 청정기 실험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이 SK케미칼에서 작성한 것인지, 이 보고서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이 있는지 등의 여부를 물었다.


당시 SK케미칼은 해당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공기청정기 필터 원료'에 대한 실험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주장으로 SK케미칼은 법적 처벌을 피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SK케미칼의 이 같은 답변은 TF에서 입을 맞춘 결과였다.


2016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선서를 하는 김철 SK케미칼 대표 / 뉴스1


TF팀 꾸려 A사에 "실험 의뢰한 적 없다" 허위 서류 받을 계획 세워 '가습기 청정기 실험 보고서' 제목 악용, 공청기 실험이라 법원 속여 


SK케미칼은 법원의 답변 요청을 받자 TF팀을 만든 뒤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 제일 먼저 세운 계획은 SK케미칼에 해당 실험을 의뢰했던 가습기 살균제 유통업체 A사 직원을 설득, 실험을 의뢰한 적 없다는 골자의 허위 서류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TF 일부에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A사가 거부감을 가져 협조하지 않을 경우의 수, 그리고 회유를 한 A사 직원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F가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뉴스1


이후 TF는 실험 보고서 제목이 가습기 청정제가 아닌 가습기 청정기로 된 점에 주목했다.


당시 문제로 지적받았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은 공기청정기 필터에서는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


SK케미칼은 보고서 제목을 악용해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공기청정기 필터 원료에 대한 실험이었다며 법원을 속였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철 SK케미칼 대표 / 뉴스1


PHMG·CMIT·MIT 유해성 알고 있었을 수 있어검찰, 첫 가습기 살균제 수사 당시 주장도 의심 


이러한 정황은 검찰이 지난 1월과 3월 SK케미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지검 형사2부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시작된 2011년 이후부터 살균제의 원료인 PHMG와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뉴스1


또 검찰은 SK케미칼이 2016년 검찰의 첫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서 한 주장도 의심하고 있다. 당시 SK케미칼 측은 옥시에 납품한 화학물질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될지 몰랐다고 주장해 수사망을 피했다.


한편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애경산업은 최근 SK케미칼에 7억원대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SK케미칼이 원료 물질을 제공하고 애경산업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