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변세영 기자 = 드디어 수년간 이어졌던 짝사랑을 종결할 순간이 왔다.
오늘은 기필코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하리. 그동안 널 보며 애태웠던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리라. 그렇게 남성은 용기 내 고백했다.
"미안해, 지금은 연애할 상황이 아니야. 누구랑도 만날 수 없어"
호기롭게 고백한 남성의 눈동자는 생각지 못한 그녀의 반응에 갈피를 못 잡고 길을 잃기 시작했다.
분명 미안하다고 했으니 거절은 거절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은 '훗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남자로서 나를 거절한 게 아니니 작은 희망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남성은 여성의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상황이 좋아져 남성과 사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고백을 받은 여성이 이같이 대답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지난 2014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미안해 청춘!' 중 한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한 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남학생들에게 고백을 거절하는 여성의 심리를 알려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방송에 따르면 '지금은 누구와도 사귈 수 없다'라고 빙 돌려 말하는 언어에는 '너랑은 사귀고 싶지 않다'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지금 비록 남친은 없지만, 너랑은 사귀기 싫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누구랑도 사귈 수 없다고 말하는 여성이 누구와도 사귀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조언을 남겼다. 쉽게 말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반드시 사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너랑 사귀기는 싫다'고 왜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걸까.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이 자신에게 희망 고문하는 것으로 느껴 야속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성의 행동에는 자기가 거절한 남성일지라도 '미움'받기 두려워하는 심리가 내포돼있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자칫 큰 상심과 분노(?)를 유발할 수 있는 직설적인 언행을 피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해당 드라마는 종영된 지 5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수많은 남성의 가슴을 파고드는 명장면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