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출점제한' 받지 않는 스타벅스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토종 커피전문점들

(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산업 전반에 퍼진 불황도 비껴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커피전문점 최초로 연매출 1조 5천억 돌파…'독주' 굳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건설, 화학,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 곳곳에서 불황으로 힘들다는 곡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커피전문점 최초로 연매출 1조 5천억원을 돌파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 5,2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조 2,634억원을 낸 전년보다 20.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늘었다. 영업이익은 23% 늘어난 1,428억원, 당기순이익은 23% 증가한 1,119억원을 냈다. 1997년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매장 수도 크게 늘었다.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599곳에 그쳤던 매장 수는 2018년 1,262곳으로 급증했다. 5년 만에 매장 수를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스타벅스가 강남에만 74개 매장을 낼 수 있었던 비결 


스타벅스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도 '매장 수'가 주효했다는 시선이 많다. 늘어난 매장 수만큼 고객을 더 유치해 매출을 증대시켰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가 여타 커피전문점과 달리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100% 직영'에 있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업계 2·3위인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와 달리 100% 직영으로만 운영되는 스타벅스는 출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서울시 강남구에만 74개의 매장이 있을 수 있는 이유다. 


강남구에 투썸플레이스는 38개, 이디야커피는 41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스타벅스처럼 전 매장 직영이 아닌 커피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점 규제를 받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1,067개, 이디야커피는 2,40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한때 어깨 나란히 했던 '1세대 토종 커피'의 몰락 사실상 스타벅스 독주 체제에 대한 우려의 견해도


스타벅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1세대 토종 커피'는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다. 한때 '바퀴베네'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어마어마한 매장 수를 기록했던 카페베네와 탐앤탐스 등은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도통 기를 못 펴고 있다.


특히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의 경우 매장 수가 106곳이나 줄어 644개의 매장만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타벅스 매장의 딱 절반 수준이다.


사진=인사이트


커피전문점 시장이 사실상 스타벅스 독주 체제로 굳어가는 모양새를 띄면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경쟁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해 추풍낙엽처럼 돼버려 종래에는 독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경쟁 시장에서 독점 시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기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는 생존권이,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줄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퍼시픽타워점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무분별한 스타벅스 출점에 피해 입었다는 소상공인들국감서 상생안 내놓겠다던 스타벅스…아직 움직임 없어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스타벅스의 무분별한 출점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타벅스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생과 관련한 움직임은 크게 없다. 


커피 찌꺼기 '커피박'을 재활용한 퇴비 / 사진 제공 =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는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연합회에 커피박을 퇴비용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상생안을 제안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직까지 뚜렷한 상생안 없이 스타벅스의 매장은 계속 늘고 있다. 스타벅스 특유의 문화에 빠져드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일각의 우려대로 선택권 없이 스타벅스 커피만 먹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