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대학생이 '모닝' 끌려면 매달 '숨 쉬는' 시간만 빼고 알바해야 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별에서 온 그대' 


'프로 통학러'라면 한 번쯤 욕심내봤을 자동차 구매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개강 후 한 달여가 지났다. 집과 학교 사이 거리가 먼 '프로 통학러'라면 자동차 욕심이 스멀스멀 생겨날 시기다. 


1교시라도 있는 날엔 꼭두새벽에 일어나 대중교통에 몸을 실어야 하니 너무 괴로울 터. 


이쯤 되면 최저 시급도 올랐겠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 차 살 돈을 모아보고 싶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대학 신입생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면 차를 끌 수 있을까. 


지금부터 차를 사려면 실제로 얼마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 또 구매 이후에는 유지비가 어느 정도 들어갈지 구체적으로 가늠해보도록 하자. 


모닝 / Instagram 'kiamotors.kr'


겟차 관계자가 말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기아차 '모닝' 


신차 구매 전문 앱 '겟차' 관계자에 따르면 만약 대학생이 차를 몰 경우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기아자동차 '모닝'이다. 모닝을 기준으로 한 번 계산해본다. 


모닝의 가격은 깡통 트림 900만원대 중반부터 풀옵션 1,500만원까지 분포한다. 


아무리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하더라도 안전과 기본 편의 사양까지 모른체할 수는 없는 일. 1,445만 원짜리 모닝 프레스티지 트림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자가용 운용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선 최초 구매 비용과 구매 이후 4년간 유지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신입생이라 가지고 있는 목돈이 없다고 가정하고 찻값은 '올 할부'로 진행한다. 


그러므로 최초 구매 시 드는 비용은 계약금과 취등록세, 필수 설치 품목, 그리고 간단한 부대비용 정도로 보면 된다. 찻값은 보험료, 유류비 등 유지 비용에 포함시킨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효리네 민박 2'


초기 구매 비용은 81만원대


국산차 계약금은 최소 10만원이다. 경차에 취등록세가 면제되던 호시절도 끝이 났다. 올해부터는 경차여도 세금이 50만원을 넘어가면 예외 없이 내야 한다. 


경차는 찻값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취득세로 부과한다. 1,445만 원의 4%는 57만 8천원. 여기서 50만원까지만 공제가 되면 7만 8천원을 내야 한다. 취득세를 걷는 대신 공채 매입비는 여전히 면제다. 


여기에 이른바 '딜러 3종 세트'라 불리는 필수 설치 품목인 '선팅, 블랙박스, 하이패스 단말기'가 추가된다. 보급품 기준으로 60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번호판 등록비와 증지대를 포함하면 4만원. 이를 모두 더하면 초기 구매 비용은 81만 8천 원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청춘시대2'


차 할부금, 유류비 등 유지비 모두 고려하면 일년에 1,017만원 들어


다음으로 유지비를 살펴보자. 차 할부금과 보험료, 자동차세, 유류비 등이 주요 유지 비용에 포함되며 여기에 통행료, 주차비, 소모품 등이 추가된다. 


찻값은 1,435만 원 기준으로 연 이자 3.3%가 적용되는 금융사 할부 상품을 이용했을 때 연간 370만원을 낸다. 


보험료는 스무살 단독 운전자 기준으로 260만원. 유류비는 주 5파의 경우 주간 300km, 주말에는 100km를 운행한다고 쳤을 때 연간 주행거리가 1만 9,200km 정도다. 모닝 복합연비(14.7km/L) 기준으로 177만원가량이 든다. 


자동차세는 연납 신청 시 10만원 안으로 해결 가능하다. 주차비는 서울 시내 사립대 기준으로 평균 월 15만원, 연간 180만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고속도로 통행료와 소모품(엔진오일, 에어필터 등)은 20만원으로 잡으면 적당하다.


위 연간 유지에 들어가는 항목들을 하나로 합치면 찻값 370만원 + 보험료 260만원 + 유류비 177만원 + 자동차세 10만원 + 주차비 180만원 + 소모품 20만원 = 1,017만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겟차,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자동차 운용 '불가능'에 가깝다" 


한 달에 약 85만원을 벌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등록금 및 식대도 따져봐야 한다. 등록금은 그나마 저렴한 인문계열을 기준으로 한 학기 350만원 수준이니 장학금이나 부모로부터의 지원이 일절 없다고 보면 월 58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식비와 이따금씩 드는 술값, 그리고 대중교통을 따져보면 월 15만원가량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학생이 월 158만원을 벌면 돈을 모으지는 못해도 차량을 유지할 수는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2019년 최저시급 8,350원 기준으로 한 달에 190시간을 일해야 하는 건데 이는 웬만한 직장인의 근로 시간보다 더 많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은 주간 평균 45시간, 월간 180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쯤 되니 결론이 확실해진다. 겟차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자동차 운용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전했다. 오래된 농담이지만 역시 대학생은 BMW(Bus, Mertro, Walk)가 어울린다는 뜻이다. 


불철주야를 외치며 잠도 자지 않고 밤새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기계 인간이라면 또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