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잘 나가는 삼양식품 효자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인기에 비슷한 '미투제품' 등장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월드클래스 라면'이 있다. 바로 삼양식품이 2012년에 선보인 '불닭볶음면'이 그 주인공이다.
혀를 아리게 매울 정도로 맵지만 묘하게 중독적인 맛에 전 세계인들이 매료되고 있는 가운데 언뜻 보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듯한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포착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라면 기업인 닛신(Nissin)은 태국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Nissin Premium Bag Korean Hot Chicken(한국불닭맛)' 비빔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라면 포장지에는 한자로 '격할 격(激)'이 커다랗게 적혀있다. 하단에는 한국어로 '엄청'이라는 문구와 '한국불닭맛'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태국서 포착된 닛신사 '한국불닭맛' 라면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굉장히 흡사해
닛산이 일본에 뿌리를 둔 회사라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제품을 본다면 한국 기업에서 생산한 라면이라고 혼동할 법하다.
혼란을 야기할 법한 부분은 또 있었다. 포장지 색상과 글자색도 먼저 출시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비슷했다. 닛신사의 제품도 삼양식품처럼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을 사용했다.
하지만 가격은 차이가 있었다. 불닭볶음면은 태국 마트에서 한 봉에 48바트(한화 약 1,713원)에 판매되는 반면 한국불닭맛 라면은 10바트(한화 약 357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불닭볶음면 한 봉지 가격이면 닛신 한국불닭맛 라면을 4봉지나 살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선두주자가 선점한 시장에서 빠르게 정착하려는 후발주자의 가격 정책인 셈이다.
가격은 1/4 수준…양 적고 맛도 못 따라가 원조 '불닭볶음면' 가치까지 훼손할 가능성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 해당 제품을 실제 먹어본 소비자 후기에 따르면 떡볶이 수준의 매운맛이며, 가격이 저렴한 만큼 양 또한 몹시 적다.
한국의 매운 맛을 느끼기 위해 구매했으나 예상에 못 미치는 매운 맛과 아쉬운 양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는 후문.
문제는 이러한 평이 원조인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가치까지 덩달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닛신이 '한국'을 앞세워 홍보하는 일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닛신은 해외 시장에서 지난달 29일 'Korean Army Stew(부대찌개 라면)'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에도 한국어로 '부대찌개 맛 컵라면'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국불닭맛 라면처럼 영어로 'Korea'를 언급함과 동시에 한국어까지 사용해 언뜻 보면 마치 한국 식품회사에서 출시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한국 브랜드로 둔갑한 인스턴트 라면 원조 '닛신' 불닭볶음면과 한류가 전 세계 흔드는 것을 방증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에서 한국 제품을 베끼는 날이 오네"라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닛신이 현재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이기 때문. 닛신식품은 지난 1958년 컵라면의 원조인 '치킨 맛 컵라면'을 출시한 바 있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닛신이 한류 열풍에 편승해 짝퉁 한국 상품을 마치 한국산 제품인 것처럼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국 브랜드로 둔갑한 일본 닛신.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한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 아닐까.
한편 삼양식품의 전체 해외 매출 80% 이상을 맡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지난 2013년 중국과 동남아를 시작으로 현재 미주·유럽 등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