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아무도 안 먹는 애물단지' 전락해 지난해 129억 적자 낸 '정용진 소주' 푸른밤

(좌) 제주소주 푸른밤, Instagram 'jejusoju_bluenight' / (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뉴스1 


'정용진 소주' 푸른밤, 지난해 129억 적자 기록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지난 2017년 일명 '정용진 소주'라 불리며 야심 차게 시장에 나온 제주소주 '푸른밤'이 영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소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129억 3,03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제주소주는 2016년 12월 신세계 이마트가 19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한 소주업체다.


주류 수입유통만 하던 신세계가 주류 제조유통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사실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제주소주 자체의 인지도가 워낙 낮은 데다가 이미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주류 '처음처럼' 등이 소주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진열된 제주소주 푸른밤 / 사진 = 인사이트 


이마트, 제주소주 인수해 2017년 9월 '푸른밤' 출시 


그러거나 말거나 이마트는 인수와 동시에 기존 제주소주 제품을 단종시키고 새롭게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2017년 9월 탄생한 것이 바로 '푸른밤'이다.


이마트는 전국 이마트 매장을 비롯해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막강한 유통채널을 보유했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초반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인적 자원 확보에도 최선을 다했다. 현재 제주소주의 수장을 맡고 있는 우창균 대표는 '처음처럼' 신화를 쓴 롯데주류 출신 거물이다. 


이 밖에도 이마트는 제주소주 영업총괄상무에 하이트진로, 제품개발실장에 무학 출신 인물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nstagram '90tan8'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수익성은 계속 '먹구름' 


하지만 수익성은 나빴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원에서 2017년 59억원으로 210.5% 증가했다. 당기순손실 또한 2016년 23억원에서 2017년 65억원으로 182.6%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42억 9,93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는 SNS를 중심으로 히트한 '꽐라만시' 인기에 편승해 얻은 반짝 결과였다.  


사진 = 인사이트


이마트는 지난해 푸른밤의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푸른밤을 주문하면 '찬우's 꽐라만시 NO취지마(꽐라만시)'를 증정하는 등 '꽐라만시 끼워 팔기' 전략을 꾀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숙취해소음료 증정'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이렇게 해서 끌어올린 매출이 무색하게도 당기순이익에서는 총 매출액의 3배가 넘는 129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17년 62억 9,039만원의 당기순손실에 비해서도 적자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뉴스1


지난 2월까지 제주소주에 570억원 출자한 이마트 


이마트는 아직까지 포기를 모르는 모양새다. 영업손실이 누적되자 이마트는 제주소주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제주소주에 100억원의 운영자금을 긴급 수혈했으며, 이로 인해 이마트의 제주소주 누적출자액은 570억원으로 불어났다. 제주소주는 해당 자금을 시설투자 및 운영경비로 활용했다. 


이러한 이마트의 '심폐 소생' 노력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제주소주 푸른밤의 전망에 대해 "암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한 전문가는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원산지인 제주도에서조차 사람들이 푸른밤을 외면하고 있다"며 "'참이슬'과 '처음처럼'이라는 굳건한 양대산맥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면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바람과 달리 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는 제주소주 푸른밤. 


'아무도 안 먹는 애물단지'가 언젠가는 '모두가 찾는 소주'로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