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 규모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 겪고 있기 때문
[인사이트] 김유진 기자 =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갑작스레 별세한 뒤 한진 오너 일가의 상속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조 회장의 막냇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수천억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막내삼촌인 조정호 회장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2천억원 상당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금 마련이 시급하다.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주사 격인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면 13.47%를 보유한 2대 주주 KCGI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정호 회장에 도움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원태 사장은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 중 현재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한진그룹 오너 일가 중 경영권 승계가 가장 유력하지만 한진칼 지분율은 낮다.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2.34%,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1%, 조현민 전 전무는 2.30%다.
조원태 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버지 조양호 회장(17.84%)의 지분 상속이 필수적이다.
조양호 회장과 사이 좋지않아 도움 줄지 불확실
일각에서는 조정호 회장이 조원태 사장을 도와줄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도 나온다. 조정호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악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후 조양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을 비롯한 네 형제는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조양호 회장은 부친의 유언에 따라 대한항공을 물려받았고 세 동생은 각각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금융지주를 승계했다.
하지만 3년 뒤 조정호 회장은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과 함께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악화됐기 때문에 조정호 회장이 조원태 사장을 도울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