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새까맣게 불에 탄 집 앞에서 망연자실하면서도 백구 밥 챙겨주는 할아버지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괜찮아 괜찮아, 내 친구야"


취재진이 다가가자 흥분한 듯 달려들려는 백구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5일 인사이트 취재진이 찾은 강원도 고성에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처참한 흔적들만 남아있었다.


그중 한 민가는 밖에서도 집안이 훤히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산불 피해로 인해 하룻밤 사이 이재민이 돼버린 할아버지가 마당에 털썩 앉아있었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그동안 피땀으로 일궈온 삶의 터전이 모두 새까맣게 타버린 것에 망연자실한 듯 보였다.


그런 할아버지 곁을 지킨 것은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을 백구뿐이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할아버지는 허망한 표정으로 백구에게 한움큼씩 밥을 먹였다. 백구는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고나 있을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담담히 백구를 챙기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취재진을 눈물짓게 했다.


한편 산림청은 발화 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 25분경 주불을 잡고 인력을 투입해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풍이 불어 작은 불씨도 되살아날 수 있기에 시와 소방 당국 등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