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경윤 기자 =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국민 과일' 바나나.
특히 칼로리가 낮고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는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자주 애용되어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바나나는 사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 아틀라스옵스큐라는 바나나가 인간의 개량을 거치게 된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인간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의 바나나는 본래 크기가 작고 과육에 많은 씨를 함유하고 있었다.
열대 우림 지역에서 자라나던 바나나는 인류에 의해 점차 전 세계로 전파됐으나, 다양한 종의 바나나를 새로운 환경에 모두 적응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30년 당시 미국은 유전적 변이로 씨가 퇴화한 바나나 품종 그로 미셸(Gros Michel)을 개발해 이를 재배 가능한 모든 지역에 퍼뜨렸다.
씨가 없어 이전의 바나나보다 먹기 간편했던 그로 미셸은 곧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바나나 품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로 미셸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1950년대부터 그로스 미셸을 말려 죽이는 감염병 '파나마병'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단일한 유전적 특성으로 개량된 그로 미셸은 감염병에 저항하지 못하다 결국 1965년에 멸종 선고를 받았다.
다행히 과학자들은 그로 미셸을 대체할 새로운 품종인 캐번디시(Cavendish)를 개발해냈다.
캐번디시는 맛은 그로 미셸에 비해 떨어지나, 더욱더 큰 과육에 파나마병에 대한 내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바나나는 멸종의 위기를 한 차례 넘겨 지금의 씨가 없고 길쭉한 모양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물론 단일 품종인 캐번디시도 그로 미셸처럼 언제든 멸종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바나나는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인간의 품종 개량으로 모습이 달라진 식물은 바나나만은 아니었다. 수박이나 가지, 옥수수 등 인간의 손길을 거쳐 과거 본래 모습은 모두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