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은폐 의혹 불거진 SK케미칼 독성실험 안 한 새 원료 납품했단 의혹까지 불거져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한 계열사의 무책임해 보이는 행태 때문에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SK그룹의 이미지까지 덩달아 실추되는 모양새다.
SK그룹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듯한 계열사는 '가습기 메이트'로 연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 제조사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피해자가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가운데,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독성실험도 하지 않고 판매사인 애경산업에 납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다른 의혹에 휩싸인 SK케미칼
지난 21일 KBS1 '뉴스9'은 SK케미칼이 새로운 가습기 원료를 만든 뒤 독성실험도 하지 않고 애경산업에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기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에 향을 내는 물질과 계면활성제를 첨가한 새로운 원료를 만들었다.
기존에 새로운 물질을 첨가해 만든 원료인 만큼 독성 실험을 거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SK케미칼은 별다른 실험 없이 새로운 첨가제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애경산업에 납품했다.
'가습기 메이트' 피해 책임, SK케미칼에 넘어가나
애경산업은 SK케미칼 측으로부터 납품받은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SK케미칼이 원료 물질을 제공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8월 판매가 종료될 때까지 시중에 160만개가 깔렸다.
독성실험을 거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애경산업 측은 가습기 메이트 출시 전·후에 SK케미칼에 구체적인 성분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제가 일어나면 SK케미칼이 모두 책임지겠다는 계약서를 받았다는 게 애경산업 측의 전언이다.
반면 SK케미칼 측은 기존 제품에 향이 추가됐을 뿐 주요 성분에 변동이 없으며, 애경산업 측에 관련한 요약문서 등을 제공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만간 김철 SK케미칼 대표를 불러 시험을 거치지 않은 원료를 공급한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 은폐 의혹 불거진 SK케미칼 검찰, 유해성 보고서 1995년 작성…1994년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
이에 앞서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과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에서 위증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서는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할 수 있다는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확보한 유해성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1995년에 작성됐다. 그러나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는 이보다 앞선 1994년 12월에 출시됐다.
유해성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SK케미칼이 제품을 출시했다는 의혹을 받을 법한 대목이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조 특위에서 "지금 현재 그 문서가 보관돼 있지 않다. 마땅히 내야 하는 자료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자료를 받았는데 잃어버린 것인지, 안 받은 것인지 하는 것은…"이라며 CMIT·MIT 성분 안전성 실험 결과를 제출하라는 국회의원의 요구에 두루뭉술하게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