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계에 떠오르는 '할매 패션'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최근 패션은 '복고' 키워드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한동안 중고 의류를 파는 서울 동묘 황학동 시장과 '아재 패션'이 전 세계 '패션피플'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할매 패션'이 유행이다.
한국의 할머니가 자주 착용하는 '할매 전매특허(?)' 꽃무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강렬한 색감의 '할매 꽃무늬'
강렬한 색감의 일명 '할매 꽃무늬'는 '몸빼바지'로 불렸던 일바지와 버선, 스카프, 하다못해 최근 아마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밍크담요'까지 장악해 왔다.
한국인이라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이 할매 꽃무늬는 최근 수년새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의류, 액세서리 제품으로 재탄생되며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베트멍과 돌체앤가바나 등은 할매 꽃무늬가 새겨진 의류를 출시했다. 블라우스와 더불어 품 넓은 원피스는 단번에 할머니가 떠오르는 핏이었다.
게다가 서로 다른 꽃무늬 아이템을 레이어링한 과감한 스타일링 또한 할머니의 방식을 그대로 빌린 듯했다.
바부슈카의 목적은 '할머니 감성 살리기'
또 베르사체, 구찌 등은 러시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바부슈카' 패션의 일환으로 할매 꽃무늬를 새긴 스카프를 선보였다.
컬렉션 무대에 선 모델은 할머니가 밭일할 때 그렇듯 이를 머리에 두르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 브랜드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건 하나, 바로 할머니 감성을 살리는 것이었다.
휘황찬란한 '요술버선'
요즘 일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재래시장에서 가장 구매하고 싶은 물건으로 꼽히는 '요술버선'도 간간이 보인다.
발렌시아가는 할매 꽃무늬가 휘황찬란한 싸이하이부츠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의 무늬가 할매 꽃무늬 같다는 생각을 한 이는 한둘은 아닌 듯하다. 인스타그램에 '#요술버선'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사진 아래 '#발렌시아가'라고 덧붙인 게시물이 상위에 노출돼있다.
한국 '할매 패션'에 영감받은 '프린' 디자이너
해당 명품 디자인이 실제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한국의 '할매' 패션이 남다른 것은 분명하다.
지난 2018 F/W 시즌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프린 바이 손튼 브레가치는 제주의 80대 해녀에게 영감받은 패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곳의 디자이너는 한국 해녀를 '독창적인 환경 페미니스트'로 칭하며 해녀 잠수복과 어망·부표 등 소품을 재해석해 출시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미국 패션 잡지 '보그(VOGUE)'는 지난 2017년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의 패션이 베트멍의 컬렉션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솔직 당당한 모습으로 '힙스터' 등극한 한국 '할매'
해외 패션쇼에서 한국 할머니의 흔적이 나타난 것은 어느덧 3~4년. 이렇게 보니 한국 할머니, 참 '힙'하다.
72세의 박막례 할머니가 'Korea Grandma'라는 닉네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를 주름잡은 지도 어느덧 3년 차다.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우리 할매 특유의 패션과 차진 입담, 유머 감각,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솔직한 모습은 당당함이 중시되는 오늘날 가장 '힙'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