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눈썹과 입꼬리 같이 즉시 알 수 있는 부분에서부터,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표정에서 '유추'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다소 독특하게 타인의 감정을 읽는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늘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에게서 냄새가 났어요"
후각으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독특한 재능을 겸비한 이 여성은 현실 세계에는 없다. 어느 영화 속 인물이다.
바로 지난해 23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 이어 칸 영화제에서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 꼽힌 영화 '경계선' 속 주인공 티나(에바 멜란데르 분)의 이야기다.
영화는 공항 세관원으로 일하고 있는 티나의 삶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냄새만 맡으면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어느 영화의 클리셰와 같지만, 이런 특장점은 티나의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늘 외롭고 우울하다.
그러던 중 그녀는 온몸에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존재, 보레(에로 밀로노프 분)를 만난다.
후각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몸에 똑같은 번개 모양 흉터까지 남아있다는 점에서 마치 쌍둥이 같은 티나와 보레.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신들의 존재가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인간도 동물도 아닌 제 3의 존재.
외모와 성향이 모두 같은 둘 이지만, 보레는 인간에 대한 적대감으로 복수심에 가득찬 반면 티나는 공생을 주장한다.
영화는 '냄새로 감정을 읽는 여자'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한 물음표에서 시작해 인간과 제3의 존재 그 경계선에 있는 한 인격체의 답변으로 끝난다.
"난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 나는 인간인걸까"
제 3의 존재지만, 누구보다 더 인간적이고 선한 '경계선' 티나를 통해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감독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마음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