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사랑하는 아내 암으로 잃고 '23년간' 그리워하다 눈 감은 두산家 맏형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 사진 제공 = 두산그룹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지난 3일 별세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해군에 자원입대해 참전용사로 활약했던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눈을 감았다.


지난 4일 두산그룹은 박 명예회장이 전날인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87세.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줬던 그의 별세 소식에 두산그룹 임직원은 물론, 정재계 수많은 인사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족, "박 명예회장은 평생 동안 아내만을 사랑한 남자" 


지금까지 박 명예회장이 일궈낸 공적과 '인재 중심의 경영', '경청의 리더십' 등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박 명예회장이 '가정'에서 보여준 모습 또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유족들은 그를 '아내에 대해 평생 각별한 사랑을 쏟은 남자'로 기억한다.


박 명예회장은 부인 고(故) 이응숙 여사와 196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에게 있어 부인은 '든든한 나의 편'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다.


사진 제공 = 두산그룹 


아내가 암 투병하던 시절 살뜰히 간병해 


하지만 이들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이 여사가 암 투병을 하게 된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부인의 오랜 투병 생활 동안 병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살뜰히 간병했다.


하지만 이 여사는 결국 1996년 박 명예회장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고, 박 명예회장은 며칠간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큰 슬픔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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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사부곡' 쓰며 그리움 달래 


이후 재혼 이야기가 몇 차례 나왔지만 박 명예회장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대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 23년간 '사부곡(思婦曲)'을 써 내려갔다. 유족이 박 명예회장에 대해 아내를 향한 각별한 사랑을 보이던 남자였다고 기억하는 이유다.


일터에서는 '침묵의 거인'으로 불리며 사려 깊은 리더로 자리했던 박 명예회장. 가정에는 영락없는 '사랑꾼'이었던 그의 모습이 오늘날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