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국민에게 日 카레 먹일 수 없다며 오뚜기가 만든 '반백살' 히트작의 정체

(좌) 故 함태호 오뚜기 전 명예회장, (우) '허니밀크카레라이스' 연출 사진 / 사진 제공 = 오뚜기


올해로 탄생 50주년인 '오뚜기 카레'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국내에서 '카레'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이제는 '3분 요리' 시리즈로 출시되는 식품 기업 오뚜기의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 '3분'만 데우면 한 끼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등장한 '3분 요리' 시리즈.


그중에서도 첫 주자였던 '오뚜기 카레'는 올해로 50살을 맞아 오뚜기의 명실상부 장수 인기 상품으로서 위엄을 지키고 있다.


지난 1969년 출시 당시 '오뚜기 카레' / 사진 제공 = 오뚜기


국민에게 일본 카레 먹일 수 없어 카레 국산화한 오뚜기 전 명예회장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전 명예회장은 1940년대에 국내에 처음 들어온 'S&B'와 '하우스 인도카레' 등이 일본 카레라는 점을 주목했다.


함 전 명예회장은 주식이 쌀인 데다가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카레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카레를 국산화해보자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연구팀은 카레 가루를 통째로 수입해 들여오기보다는 카레를 노랗게 하는 천연 색소로 카레의 주성분이 되는 강황과 고추, 후추, 고수 등 원재료를 수입해 섞어 직접 카레 가루 연구에 돌입했다.


오뚜기 카레에 사용되는 카레 향신료 모음 / 사진 제공 = 오뚜기


일본의 카레 업체로부터 20여 가지 재료를 알아냈고, 어떤 비율로 섞어야 가장 맛있는 카레 맛이 날까 등을 수차례 연구한 끝에 황금 비율을 발견, '오뚜기 카레'가 탄생했다.


여러 향신료가 조화를 이루도록 분쇄한 후 함께 밀봉해서 숙성했는데, 향신료의 맛이 서로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숙성 온도와 기간을 알아내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고 전해진다.


숙성 온도와 기간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며, 정확히 몇 도에서 며칠간 숙성하는지는 기업 비밀로 지켜지고 있다.


좌) 강황 원물, (우) 출시 당시 '3분 카레' 시리즈 / 사진 제공 = 오뚜기


영양 보존성과 보관성 우수한 '레토르트' 접목한 '3분 요리'로 탄생


'오뚜기 카레'는 1969년 오뚜기 분말 즉석 카레가 국내 최초로 생산되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출시 초기 분말 형태였던 '오뚜기 카레'는 시대가 변하면서 형태도 다양해져 1981년 '레토르트(retort)' 제품인 브랜드 '3분 요리'로 등장했다.


레토르트란 끓는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식품으로 간편성 부분에서 탁월하다.


(좌) '백세카레 약간매운맛', (우) '오뚜기 카레 약간매운맛' / 사진 제공 = 오뚜기


미생물로부터 완전 차단되도록 밀봉해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상온에서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영양 보존성이 우수하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별도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성을 내세워 즉석식품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출시되는 오뚜기 카레 제품 모음 / 사진 제공 = 오뚜기


출시 후 다양한 맛으로 제품군 확장


카레는 초기에 한 가지 맛이었으나 이후 '순한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 등으로 매운맛의 정도를 세분화했다.


여기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의 '바몬드 카레', 기존 카레보다 강황 함량을 50% 높인 건강 개념의 '백세카레' 등으로 더욱더 제품군을 확장했다.


지난 2012년에는 발효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 인식을 반영한 '발효강황카레', 2014년에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팅콩카레'를 내놓았다.


'치킨 카레라이스' 연출 사진 / 사진 제공 = 오뚜기


최근에는 쇠고기와 과일, 사골을 3일간 숙성시킨 소스와 다양한 향신료를 직접 갈아 숙성한 카레분을 사용한 '오뚜기 3일 숙성카레'가 출시됐다.


오뚜기는 특히 '3일 숙성카레'에 대해 "3일이라는 시간은 숙성소스가 카레분과 조화로운 맛을 내고,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찾아낸 시간"이라며 "50년 카레 노하우가 축약된 향신료와 허브류가 조화롭다"고 자신했다.


오뚜기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카레는 품질 향상을 위한 제품 개발은 물론, 마케팅도 끊임없이 연구됐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분말형·고형 합친 카레 시장에서 80%의 점유율로 출시 50년이 지난 현재도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