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파산 각오하고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자금 댄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아버지

(좌) 교보생명 공식 홈페이지, (우) 신용호 전 회장 / 사진 제공 =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조부 신예범, 백부 신용국, 부친 신용호 창업주 독립운동에 헌신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교보생명 창업주 일가가 독립운동에 헌신해온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자아낸다.


2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할아버지 신예범, 큰아버지 신용국, 아버지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모두 독립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신 회장의 할아버지인 신예범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야학을 열어 민족의식을 일깨우도록 도왔다.


또한 일본인 지주의 농민수탈에 항의하는 소작쟁의를 주도했다.


사진 제공 = 교보생명 


스무살에 3.1만세 운동 참여한 신 회장의 큰 아버지 신용국 선생


신 회장의 큰아버지인 신용국 선생은 부친의 영향으로 스무살에 3.1 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호남 지방의 항일운동을 이끌다가 수 차례 투옥됐고, 출옥한 후에는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객지를 떠돌았다.


전남 영암의 대표적 농민항일운동인 '영암 영보 형제봉 사건'에서 일본 소작인 응징, 그리고 항일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이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그에게 독립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추서한 바 있다.


청년 시절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 / 교보생명 공식 블로그


교보생명 창업주 대산(大山) 신용호 초중고 '독학' 중국 건너가 사업가 길 걸어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는 독학으로 초·중·고 과정을 마쳤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탓이었다. 


집에 주로 있었지만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천일독서를 통해 100권의 책을 정독하고 시장 부두 관공서를 둘러보는 현장 학습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우쳤다.   


대산의 본격적인 대외 활동은 스무 살부터였다. 그는 스무 살에 중국으로 가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사업을 하면서 많은 독립운동가를 만나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 사진 제공 = 교보생명


북일공사 설립해 수익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


그러던 어느 날 독립사상가 신갑범 선생의 추천으로 독립운동자금을 모금하던 이육사를 만나면서 대산은 국가와 민족에 눈을 떴다.


대산은 이육사에게 반드시 큰 사업가가 돼 독립운동자금에 일조할 것을 약속했다.


대산은 지난 1940년 중국 베이징에 '북일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곡물 유통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약속대로 이때 얻은 수익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했다.


사진 제공 = 교보생명 


'교육이 민족의 미래' 신념으로 '교보생명' 설립


이후 대산은 '교육이 민족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교육보험 사업을 결심하고 교보생명을 설립했다.


교보생명의 창립이념인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은 이육사 등 독립운동가와 교류하며 오랜 기간 숙고한 흔적이 담겨있다.


대산의 창립철학은 교육보험, 교보문고, 교보교육재단,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한편 현재 교보생명의 회장 자리에 오른 신창재 회장은 지난 1996년 서울대 의대 교수에서 선친의 뜻을 이어 교보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암으로 투병 중이던 부친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교보생명 공식 블로그 


신 회장 '민족기업 60년 보험명가' 키우며 독립운동 정신 계승


지난 2000년 대표이사에 오른 신 회장은 이후 대대적인 변화혁신으로 국내 생보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선대가 일궈놓은 창업정신 계승에는 더욱 적극적이었다.


교보 교육재단과 참사람 육성을 표방한 '체·인·지 리더십 프로그램'은 국민교육진흥이라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연간 5천만명이 방문하는 '국민책방' 교보문고는 한국을 방문하는 국빈들이 꼭 거쳐가는 대표적 명소이자 문화공간이 됐다.


교보생명 공식 홈페이지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 전한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또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후원하는 대산문화재단의 해외번역, 출판사업은 한강 작가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지난 1991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해온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의 브랜드를 한 차원 높인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판의 문안 선정 작업은 이제 시민들을 대표하는 위원들에게 맡겨져 시민들이 주인이 됐다.


신 회장은 대산 신용호 창업주가 지난 1996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데 이어 22년 만인 지난 2018년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