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사랑에 빠진 사람과 마약에 중독된 사람의 MRI 비교 사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현경 기자 = 누군가와 사랑을 할 때 사랑에 '빠졌다'라는 말을 쓴다. 


'빠지다'는 헤어나올 수 없는 것에 푹 잠기거나 중독된 상태를 가리킬 때 사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빠지다'라는 말이 사랑의 감정을 나타낼 때에도 매우 적합한 표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러트거스 대학의 연구팀은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인의 두뇌 MRI 사진을 분석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 / Rutgers University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사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인의 뇌가 마약 중독자의 것과 매우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의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라는 이름의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됐다. 


도파민은 기쁨의 감정과 관련이 있으며 니코틴·알코올·헤로인 등 중독성 물질을 복용할 때에도 분비되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사람들은 강한 흥분을 느끼게 되고 이 강렬한 느낌으로 인해 도박이나 마약에 중독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 역시 뇌에서 분비하는 도파민에 취하고, 이로 인해서 사랑에 빠진 감정 자체에 중독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를 지도한 수석연구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도파민이 지배하는 사랑의 초기 단계는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감정보다는 배고픔, 갈증과 같은 강렬하고 추진력 있는 감정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박·마약을 할 때와 달리 사랑을 할 때에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강렬한 쾌감을 친밀함과 편안한 느낌으로 바꾸어 준다"고 덧붙였다.


즉, 사랑을 시작할 때에는 도파민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사랑을 오래 지속하는 데에는 옥시토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옥시토신의 분비 기간 역시 평균 900일 내외다. 과학자들이 사랑의 유효기간을 평균 2-3년으로 책정하는 데에는 이와 같은 이유가 있다.


따라서 '3년' 이상 사랑을 지속한 연인이라면 서로 간에 호르몬의 영역을 뛰어넘은 신뢰와 유대관계가 구축된 상태라고 자부해도 될 듯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