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보면 끝나있어 스킵 '안'하는 기업광고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요새 대놓고 '나 광고야'하는 콘텐츠보다 웹드라마, 웹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고품질 영상이 누리꾼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 홍보팀은 장차 소비자가 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제 믿고 보는 광고 업체(?)가 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건설, 롯데홈쇼핑, 우리카드, KT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자사 반도체와 채용 공고 홍보용으로 내놓은 2편의 '테너시티 신드롬'은 유튜브에서 616만뷰를 기록했다. 첫 편이 나온 지 4개월, 후속작이 공개된 지 2주 만의 성과다.
다른 기업의 귀감이 되고 있는 입소문 난 웹드라마형 광고를 모아봤다.
1. SK하이닉스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는 '테너시티 신드롬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신입사원 채용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집념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테너시티 신드롬의 '사소한 일이라도 한 번 시작하면 뭐든지 끝을 보는' 특징을 십분 발휘했다.
이 신드롬을 가진 주인공 한희수의 어린 시절과 사춘기, 대학생, 사회 초년생에 이르는 모습을 녹여내 또 한편의 성장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 광고는 누리꾼 사이에서 "스킵 없이 본 광고는 처음"이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2편 '테너시티 신드롬 한희수, 10년 만에 그녀를 만나다'를 선보이며 기대에 부흥했다.
2. 롯데홈쇼핑
유독 더웠던 지난해 여름, 롯데홈쇼핑은 누구나 공감하며 재미있을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광고에 녹여냈다.
이 광고의 웃음 포인트는 깨가 쏟아지는 신혼을 즐기던 한 부부가 커플 운동 중 갑자기 '실례'를 하는 부분이었다.
윗몸 일으키기를 하던 아내가 천둥 번개를 연상시키는 방귀 소리를 낸 것이다. 아내의 무자비한 방귀 공격에 남편은 몹시 놀랐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창피함을 덜어주고자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다른 기업 웹드라마와 달리 회사의 상품이나 브랜드 슬로건을 과하게 홍보하지 않아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는 평이다.
3.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기업형 웹드라마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을 선보였다. 토목사업본부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 현대건을 주인공으로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만한 에피소드를 재현했다.
특히 인기 웹드라마 '연애포차'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배우 김해원이 주인공을,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 2'에 출연해 청순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송다은이 최우수 대리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실제 현대건설 직원들도 치열한 사내 오디션을 통과해 넘치는 끼를 뽐냈다.
웹드라마가 공개된 후 누리꾼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4. 우리카드
우리카드는 웹드라마 '워크&러브 밸런스'로 보수적으로만 느껴졌든 금융권 마케팅 시장을 뒤흔들었다.
여주인공 우리는 요새 직장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을 누구보다 착실히 지킨 인물이다.
자존감 낮은 남자친구가 본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실을 알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다 건우를 만나 워라밸에 필요한 것은 시간, 돈이 아니었음을 느끼며 자신만의 삶을 찾아나간다는 이야기다.
지난 14일까지 3편이 공개됐다.
5. KT
KT는 인기 유튜버 '승헌쓰' 백승헌과 웹시트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느껴, 지니'라는 이름의 시리즈는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가 백승헌과 그의 친구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기자 뺨치는 '열연'을 펼치는 백승헌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차분한 내레이션을 선보이는 기가지니의 콜라보는 '병맛' 코드를 사랑하는 누리꾼의 '웃음 버튼'이 됐다.
인간보다 똑똑하지만 그들의 '스웨그'는 따라잡지 못하는 기가지니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KT의 웹시트콤은 무려 6부작으로 마무리됐다.
KT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공감형 콘텐츠를 지속 개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