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넷마블 '준혁이 형'이 넥슨 인수하면 한국 게임계에 생기는 긍정적인 일

방준혁 넷마블 의장 / 뉴스1


넥슨을 뺏기면 안 된다는 '우려'가 매각전 참여로 이어져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국내 ICT 기업 카카오에 이어 게임 기업 넷마블도 넥슨 매각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해외 기업에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넥슨을 뺏기면 안 된다는 '우려'가 매각전 참여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중국 ICT 기업 텐센트,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 투자 펀드(PEF)가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넷마블과 카카오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넥슨 매각전은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넷마블은 지난달 31일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대한민국 게임 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바 넷마블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매각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67.49%)과 특수 관계인(부인 유정현 NXC 감사 29.43%·와이즈키즈 1.72%)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98.64%) 전량을 매물로 내놨다. 넥슨그룹은 '김 대표→NXC→넥슨(일본 법인)→넥슨 코리아→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 가치는 10조원대 전후로 추정된다. 매각이 이뤄지면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 규모가 남다른 탓에 국내 기업보다 충분한 자금을 가진 해외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고, 그중 중국 ICT 기업 '텐센트'가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다.


김정주 NXC 대표 / 사진 제공 = NXC


그런데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와 누리꾼은 텐센트의 넥슨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내 게임 산업의 '중국 종속화'에 대한 우려가 그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지금도 '중국산 게임'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국내 게임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말해 한국 게임 시장이 다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시험대'로 전락해 자생력이 떨어지고, 또 지적 재산권(IP)과 인력 등 귀중한 자원을 뺏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中 텐센트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국내 게임 산업 '중국 종속화' 우려된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 같은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카카오와 넷마블이 넥슨 매각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두 기업은 '넥슨이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국내 게임 산업을 지키기 위해' 매각전 참여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와 누리꾼에게 '한줄기 빛' 같은 소식이었다.


또 이를 떠나서 두 기업에게 넥슨은 사업적으로도 '매력적인 기업'이다.


넥슨은 해외 각국에 유통되는 다량의 IP를 확보해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가 확실하다.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만 해도 2017년 1조 63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뉴스1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두 기업을 따로 떼서 봤을 때, 먼저 카카오의 경우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아직 자체 인기 IP를 갖추지 못한 만큼 넥슨 인수를 통해 단숨에 인기 IP를 확보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와 넥슨 IP간의 콜라보레이션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캐주얼 게임 개발과 운영에 장점을 보유하고 있어 넥슨의 캐주얼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톡이 캐주얼 게임에 유리한 플랫폼이며, 카카오프렌즈처럼 게임 캐릭터 사업 확장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다량의 IP를 확보해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가 확실한 넥슨


넷마블의 경우 넥슨 인수를 통해 넥슨의 다양한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적극 개발할 수 있다. 또 넥슨이 확보한 해외 유통 채널을 통해 자사 IP의 해외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글로벌 톱 10 게임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지난해 넷마블과 넥슨은 각각 매출 2조원과 2조 7천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두 기업이 합치면 매출은 4조 7천억원대로 미국 EA(일렉트로닉아츠)에 이은 전 세계 게임 기업 9위에 올라서게 된다. 참고로 전 세계 게임 기업 1, 2위는 텐센트(약 20조원)와 일본 소니(약 11조원)다.


뉴스1


넷마블의 인수는 넥슨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등 인기 PC 온라인 게임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는 유난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최강자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넷마블과의 결합은 넥슨에게 있어 '모바일 게임 경쟁력 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찌 됐든 넥슨이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것보다 국내 기업에 넘어가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면서 "넷마블과 카카오의 넥슨 인수는 국내 게임 산업을 지키는 것은 물론 두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한편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넷마블과 카카오 두 기업의 '지분'을 가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느 기업이 넥슨을 인수하든 텐센트의 영향력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17.7%,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텐센트가 중국 자본에 대한 반감이 있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넷마블,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을 통해 우회 인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