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 대표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다" 이브, 청소년 피임권 보장위해 '청소년 콘돔 자판기' 설치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많은 시민이 오가는 길에 빨간색 간판의 성인용품점을 만나면 본인도 모르게 의식적으로 눈을 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性) 개방화가 많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아직 쉬쉬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서서 판매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이곳은 심지어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를 길거리 한복판에 설치했다.
사회적 기업 '인스팅터스'의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EVE)'다.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박진아(27·여) 인스팅터스 공동대표를 인사이트 취재진이 만나봤다.
기존 출시된 콘돔의 안전성 의심…개발 나선 박진아 대표
이브는 '생식기에 닿는 모든 것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는 철학을 지니고 콘돔, 젤, 생리용품 등을 개발해 판매한다.
박 대표는 성에 대한 음지적 인식으로 인해 대두되지 못했던 제품군의 성분적 안전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이브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내가 쓰고 싶어 기획했다"며 "성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내가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이어 "기존 제품은 자극적인 디자인이 많아 여성, 청소년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연에서 영감받은 패키지 디자인에 집중했다"고도 설명했다.
'청소년 콘돔 자판기'부터 10대 인턴 채용까지 실시청소년은 물론 장애인·성소수자 양지로 끌어올리는데 앞장
실제로 이브는 성에 있어 약자가 될 수 있는 청소년과 장애인은 물론,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LGBT)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한 캠페인으로 문을 연 것은 '청소년 콘돔 자판기'로, 청소년에게 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콘돔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브는 지난 2014년부터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어려움으로 피임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온라인 신청을 받아 콘돔을 무료로 우편 배송하는 '프렌치레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즉시성이 부족해 자판기로 사업을 확대했다.
지나가다가 해당 자판기를 본 성인이 '청소년도 성관계할 수 있다'는 인식을 두도록 하는 것도 또 다른 목적이었다.
현재 '청소년 콘돔 자판기'는 대구 등 전국 5곳에 설치돼 있으며, 한 달 평균 30~50명이 사용한다.
박진아 대표 "생리컵, 젤 등 생식기에 닿는 제품은 무엇이든!"올해 가을 월경하는 이를 위한 마라톤 행사 개최 준비
박 대표는 콘돔 출시 이후 쉼 없이 '열일'하는 행보다. 생리컵과 젤, 속옷 등 생식기에 닿는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장해 개발·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해 서울퀴어문화축제와 한국퀴어영화제(KQFF)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했다.
같은 해 이브는 청소년의 관점과 생각을 제품에 투영하고자 10대 인턴을 채용했으며, 그와 함께 10대 섹슈얼리티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이브는 올해 가을에 월경하는 이를 위한 마라톤을 기획할 예정이다.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대표는 성을 자유로이 세상에 끌어내기 위한 과제는 포용력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성적 존재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 대표.
그는 마지막까지도 "간단한 연령 확인이면 전국 어디든 모든 청소년에게 콘돔을 보내준다"며 "꼭 '이브'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