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자신의 별명이 '기생수'가 된 배경을 알게 된 15살 소년은 눈물을 펑펑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가난 때문에 서러움을 겪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올라와 시선을 끌었다.
글쓴이 A씨는 자신이 중학생일 때 있었던 가슴 아픈 에피소드 하나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해당 글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같은 반 아이들이 A씨를 '기생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A씨는 기생수가 애니메이션 '기생수'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기생 생물을 말하는 줄 알았다.
단순히 자신이 못생겨서 그렇게 놀리는 줄만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별명에 숨겨진 뜻을 알게 된 A씨는 집에 돌아와서 펑펑 울고 말았다.
A씨의 별명이던 기생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이었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서러웠던 이야기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A씨의 모습은 누리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와 같은 사연은 비단 A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이 약점이 되고 더 나아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SBS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에서도 전교 1등인 손수정(조보아 분)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이 소문나자 학급 아이들이 그를 무시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손수정은 아이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고 성인이 돼서도 이 사건 이후로 그 누구도 믿지 못한다고 말한다.
해당 장면은 아직 인격이 제대로 형성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가난을 낙인찍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공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배려는 어쩌면 수치와 모멸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이를 끄집어내 상처를 주기보다는, 작은 배려로 이들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할 날을 응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