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1월 22일인 오늘은 소설가 박완서의 타계 8주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류 작가인 박완서는 근현대사 우리나라 여성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여러 작품을 써냈다.
그중에서도 여성 독자들에게 깊은 감흥을 주는 작품 하나가 있는데, 박완서가 첫사랑에 관해 쓴 자전적 소설 '그 남자네 집'이다.
"그 남자하고 함께 다닌 곳치고 아름답지 않은 데가 있었던가.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 '나'는 '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이었다.
발이 시리다는 연인에 자기 장갑을 벗어 양말처럼 신겨주는 그 남자는 미래는 확실하지 않았으되 따뜻하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 남자는 주인공 '나'를 구슬 같다고 했다. 구슬처럼 아꼈다. '나'는 그 남자를 만나 구슬 같은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나'는 그 남자가 아닌, 현실적이고 무던한 성격에 직업이 탄탄한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고 이별을 통보한다.
긴장 뒤에는 반드시 이완이 필요하다고 '나'는 말한다.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사력을 다해 몰두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또 반대로 힘이 드는지, 지치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청첩장을 내보였다. 내용을 확인하더니 조금 돌아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격렬하게 흐느꼈다. 나는 그의 어깨가 요동치는 걸 보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비로소 나도 돌아앉아 눈물을 보였다. 답례처럼, 절차처럼.… 나의 눈물엔 거짓은 없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차마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해낼 자신이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