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왜 대형마트 입구엔 갓 구운 빵 냄새 가득한 '빵집'이 있을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리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대형마트의 '영업 비밀'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대형마트에 들어서면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마트 초입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우리를 반기는 '빵집' 때문이다. 


입구에서부터 솔솔 풍기는 향기로운 빵 냄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식욕이 당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한 가지 소개한다. 빵집 위치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려는 대형마트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점이다. 


빵 냄새를 통해 마트에 들어서는 소비자의 배꼽시계를 자극, 그야말로 '폭풍 구매'를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쇼핑 카트는 최대한 크게, 안이 훤히 보이도록 만들어 


대형마트가 가지고 있는 '영업 비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트의 쇼핑 카트는 웬만하면 꽉 채울 수 없을 정도로 큰데, 이는 소비자가 충분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기 위한 전략이다. 


또 대부분의 카트는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구멍이 숭숭 나 있다. 각종 물건으로 가득 찬 남의 카트를 보면 왠지 모를 구매욕이 생겨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가 남의 카트를 보고 잊고 있던 물건을 사거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따라 사는 경우가 많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시식 코너와 1+1 행사는 '고전 수법' 


이제는 알면서 당한다는 '고전 수법'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형마트의 '꿀잼' 시식 코너다. 


마트에 가면 음식이나 음료 상품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시식 코너가 아주 많다. 별생각 없이 한두 개 먹다 보면 소비자가 금세 상품을 카트 안으로 넣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EBS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법칙'에 따르면 식품 매장에서 시식 행사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평균 매출이 6배가량 차이 난다고 한다. 


1+1 행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왠지 모르게 엄청난 이득을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계획에 없던 추가 지출을 유도한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구매력 높은 상품은 입구와 가까이…궁합 맞는 상품은 나란히 배치 


우유, 달걀, 고기, 생선, 쌀 등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매장 입구와 가까운 쪽에 들어가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먹을 거리를 구매하러 마트에 들른 주부가 필요한 물품을 먼저 산 이후 여유있게 다른 상품도 둘러보도록 만든 것이다. 


또 고기를 파는 정육 코너 옆에는 불고기 양념과 채소가, 카레·짜장 등 즉석 식품 옆에는 즉석밥이, 맥주 진열대 옆에는 오징어와 같은 간단한 안줏거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궁합이 딱 맞는 제품을 한데 묶어서 배치해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아, 이것도 같이 사야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업 비밀이다.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눈높이 전략'으로 구매력 높이기도 


고객 맞춤형 '눈높이 전략'도 있다. 대형마트는 주로 수익성이 가장 좋은 상품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진열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다소 낮은 선반에는 초콜릿이나 사탕, 장난감, 인형 등을 놓고, 시선이 잘 가지 않는 맨 위나 맨 아래 선반에는 고가이거나 평소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배치한다. 


구매를 모두 마쳤다고 생각한 이후에도 방심하면 안 된다. 계산대 앞에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카트에 넣기 쉬운 초콜릿, 껌, 양말, 음료수 등이 진열돼 있기 때문이다. 


계산을 기다리면서 큰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제품들이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음악 템포 조절해 소비자의 심리 '들었다 놨다' 


마지막으로 '음악'과 관련한 영업 비밀도 빼놓을 수 없다. 


대형마트는 붐비는 시간이면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회전율을 높이고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에는 느린 음악을 틀어 소비자가 마트에 더 오랫동안 머물도록 한다. 


각 마트의 CM송이나 제휴업체의 홍보 노래를 반복해 재생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한 영리한 전략이다. 


이처럼 대형마트에는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영업 비밀'이 숨어 있었다. 마트에만 들어서면 정신없이 카트에 물건을 담아 넣는 스타일이라면 이러한 비밀을 한 번쯤 기억하고 가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다시 '폭풍 구매'를 할 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말이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