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에게 사랑 받는 한국 기업 제품
[인사이트] 이다운 기자 = 나라별로 식문화, 식습관이 다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에서 한국인을 위해, 한국인의 입맛에 맛게 개발한 상품이 해외에서 대박 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리라.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에서 제조한 식음료 제품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넓은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보적인 맛과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한국을 넘어 러시아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제품들을 모아봤다.
1. 밀키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989년 5월 밀키스를 출시했다.
우유와 사이다의 콜라보는 다소 어색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 모델인 주윤발을 광고모델로 발탁,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명대사를 남겼고 출시 7개월 만에 180만 상자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암바사', '크리미' 등 비슷한 우유 탄산음료와 경쟁하면서 밀키스는 국내에서 힘을 잃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1990년대 러시아, 대만, 중국으로 밀키스를 수출했다. 그중 러시아로 보낸 밀키스가 대박을 터뜨렸다.
밀키스는 러시아 탄산음료 시장에서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했고 2014년 한 해에만 1,320만 달러(한화 약 148억 6,600만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추운 나라 러시아가 과일을 맛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밀키스에 과즙을 넣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총 11가지 맛(오리지널, 딸기, 멜론, 사과, 파인애플, 복숭아, 오렌지, 망고, 포도, 레몬, 바나나)으로 출시됐고 이 전략이 러시아에 통했다.
2. 팔도도시락
1986년 출시된 컵라면 '팔도도시락'은 블라디보스토크로 넘어가 현재 러시아 '국민 라면'이 됐다.
컵라면 시장에서 팔도도시락은 시장의 60%를 점유했고 1년 판매량은 3억개가 넘는다.
지난 2017년 기준 팔도도시락의 러시아 누적 판매량은 47억개이며 2017년 매출은 무려 2,300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팔도도시락 라면이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철저한 맛 연구 때문이다.
팔도 연구원은 직접 러시아 전통시장과 가정을 돌아 다니며 현지 국민이 선호하는 맛을 분석했다.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러시아인을 위해 닭 육수 베이스의 하얀 국물의 '도시락 치킨 맛'을 개발했고 마요네즈를 필수품으로 여기는 점을 고려해 마요네즈를 넣은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했다.
또한 포크를 넣어 러시아 사람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팔도는 러시아 현지 법인을 통해 8종류의 '도시락'과 3종류의 일반 봉지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3. 레쓰비
롯데칠성이 지난 1991년에 국내에서 출시한 캔커피 레쓰비는 달콤한 맛으로 러시아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레쓰비는 현지 캔커피 시장에서 90% 육박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레쓰비가 러시아 사람을 홀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맛과 성공적인 마케팅이다.
캔커피 레쓰비는 마일드를 비롯해 모카, 초코라떼, 에스프레소, 아라비카, 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맛을 선보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또한 러시아의 추운 날씨를 고려해 레쓰비 전용 온장고에서 따뜻하게 음료를 팔았고 이러한 마케팅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2005년부터 러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한 레쓰비의 연 매출은 2009년 99만 달러(한화 약 11억 2,137만원), 2010년 210만 달러(한화 약 23억 7,867만원), 2011년 420만 달러(47억 5,818만원)로 꾸준히 성장했다.
2013년에는 약 7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17년에는 롯데칠성음료의 인기 제품 '밀키스'와 함께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4. 초코파이 정
고(故) 이양구 전 동양그룹(오리온) 회장은 지난 1974년 말랑한 마시멜로와 달달한 초콜릿으로 무장한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마성의 맛을 지닌 초코파이는 '국민 간식'으로 거듭났고 오리온은 해외로 눈을 돌려 1993년부터 러시아로 초코파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 동종 업계에서 60% 이상의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재작년 러시아 연간 판매량이 7억개를 돌파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오리온은 러시아에 있는 기존 공장보다 6배 이상 큰 규모의 신공장을 세워 공급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5. 꽃게랑
빙그레에서 1986년 9월에 '게맛 과자' 꽃게랑을 출시해 33년 동안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꽃게랑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가열된 소금에서 구워내 더욱 바삭바삭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게와 꼭 닮은 모양과 국내산 꽃게가 6.5%나 들어가 진짜 게 맛을 내는 꽃게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해산물을 구하기 힘들고 비싼 러시아에서 꽃게랑은 'КРАБ ЧИПСЫ(크랍 칩시)'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 한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러시아 선원들이 꽃게랑을 사서 러시아로 돌아갔고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나중에 정식으로 수출됐다는 후문이다.
현재 꽃게랑은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이 대략 80%로 전용 매대가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