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인사말 1분하고 기자 질문 일일이 들어준 '소통왕'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우리금융지주, 4년만에 출범…기자간담회 개최한 손태승형형색색 포스트잇 붙어져 있는 손태승 회장의 책자 눈길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던 지난 14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5층 대강당에는 손태승 회장의 기자간담회를 취재하기 위한 기자로 북적거렸다.


4년 만에 다시 부활한 우리금융지주 최고경영자인 손태승 회장이 직접 기자 앞에 나서서 금융지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현장 취재 열기는 시작도 전에 뜨거웠다.


예정된 기자간담회 시간이 다가오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손태승 회장이 기자회견장 입구에 들어섰다.


손에는 두꺼운 책자 같은게 들어져 있었다. 책자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붙어 눈길을 끌었다. 평소 꼼꼼한 성격답게 서류를 훑어보며 답변을 준비했을 손태승 회장의 모습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손태승 회장의 등장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사진기자는 손태승 회장을 찍기에 바빴다.


지난 14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들어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인사말 짧게하고 대부분 시간 질의응답으로 꽉 채운 손태승기자 질문에 메모하며 경청…질문하는 기자와 눈 마주치기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손태승 회장은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기 앞서 기자간담회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를 향해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그 순간 고개 숙여 인사하는 손태승 회장의 모습을 놓칠세라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손태승 회장이 입구에 들어섰을 때보다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손태승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읽고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이 준비한 인사말은 불과 1분도 안됐다. 인사말은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각오가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기자의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졌다. '소통왕'다운 모습이었다.


여기저기서 손태승 회장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기 시작했고 사회자는 손을 먼저 든 기자부터 차례로 질문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회장실 23층에 만들자'는 직원 제안 단칼에 자른 손태승고객이 '제일'이며 '우선'이라고 강조…손태승의 경영원칙


손태승 회장은 기자간담회 진행 내내 기자의 질문을 행여 놓칠까봐 종이에 직접 메모하는 한편 자신에게 질문하는 기자와 눈을 마주치는 등 여느 다른 금융권 수장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와 격없이 소통하려는 손태승 회장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던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은 고객이 가장 위고 은행장이 제일 밑이다'라는 말에 "은행이든 기업이든 고객이 제일이다"고 밝혔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손태승 회장은 그러면서 본점 꼭대기층에 회장실을 새로 만들자는 직원들의 의견을 단칼에 거절한 일화를 언급했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에 맞춰 본점 꼭대기층인 23층에 회장실을 새로 만들자는 직원의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냥 그대로 (회장실로) 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23층에는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룸이 있기 때문이었다. 회장실을 새로 만들 경우 PB룸이 아래층으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라 그대로 뒀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질문하는 기자를 바라보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1시간 진행된 기자간담회…흔들림 없는 손태승 '경청 태도'단호하게 답변 끊는 등 수장다운 '강한 리더십' 드러내기도


손태승 회장은 "고객이 왕이기에 (23층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나는 20층을 쓰기로 했다"며 "고객이 '제일'이라고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평소 고객에 대한 그의 철학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손태승 회장은 계속되는 기자의 질문에도 지친 내색없이 기자와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질문을 경청했다.


물론 기자간담회 질문 중에는 민감한 질문도 있었다. 손태승 회장은 최대한 답변을 하면서도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거나 공식 답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히 끊는 등 수장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곳이 있냐는 질문에 손태승 회장은 "공식적인 M&A 대상은 말할 수 없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처음 1년 동안은 규모가 작은 것에서부터 M&A를 단행할 생각"이라며 "자산운용사,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이 정도 매물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기자간담회서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보여준 손태승우리금융지주의 성공적인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집중


끝으로 손태승 회장은 '1등 종합금융그룹'은 언제쯤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냐는 기자 질문에 "2019년은 어려울 것 같다. 올해에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2~3년 내에는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며 "첫해는 쉽지 않겠지만 1등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자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손태승 회장은 과묵한 성격 탓에 '무색무취'라는 평이 많았다.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취재를 위해 기자간담회 참석한 이날 이는 '편견'에 불과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또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질의응답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경청하는 손태승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소통왕' 손태승 회장이 '소통경영'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와 함께 우리금융지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