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그룹의 3세 경영 본격 알리는 신호탄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9년 만으로, 2011년 전문 경영인이던 이용구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공석이었던 대림산업 회장 자리를 채우게 됐다.
이번 승진은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 이준영 명예회장, 그리고 이해욱 회장 3대로 이어지는 후계 승계 작업의 마무리이자 대림그룹의 3세 경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회장이 운전기사 폭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어 여론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갑질 논란이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또 대림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림그룹 역시 몇몇 사회·경제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이 회장은 자신과 회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반응을 환기시키는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림그룹은 지난 14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5년 대림에 입사한 지 24년 만이며,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1968년생인 이 회장은 창업주인 故 이재준 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3남 2녀 중 장남으로 경복고와 미국 덴버대를 졸업했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해 대림산업 구조조정실 부장, 대림산업 기획실장,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끈 이 회장은 2011년 이용구 전 회장 사임 이후 공석이던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대림그룹의 '3세 경영'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IMF와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을 주도하고, 대림그룹을 재계 18위(총 자산 18조 7천억원·총 매출 23조원)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성과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IMF 당시 그룹 전체에 닥친 유동성 위기를 잘 넘긴 점이다.
이 회장은 IMF 당시 석유 화학 사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석유 화학 사업 빅딜 및 해외 메이저 석유 화학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고부가 가치 석유 화학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 2015년 국내 최초로 석유 화학의 본고장인 미국에 석유 화학 제조 기술 수출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처럼 경영 능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이 회장은 대림그룹 임직원의 신임을 바탕으로 부회장 승진 후 9년 만에 그룹 총수라는 최고 정점에 올랐다.
이 회장은 이날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루어 놓으신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라는 간단한 취임 메시지를 전했다.
대림그룹이 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만 그가 '갑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갑질 논란, 일감 몰아주기 등 자신과 회사 둘러싼 부정적인 반응 환기해야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운전기사 2명에 대한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혐의로 기소돼 2017년 4월 1심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때문에 재벌 2·3세들의 '갑질 논란'이 불거질 때면 이 회장의 이름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고, 그룹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승진한 14일 대림그룹은 청와대가 주관하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참석 명단에서 제외됐다. 앞서 설명한 갑질 논란이 제외 이유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자산 순위 25군데 가운데 한진, 부영, 대림 세 곳이 빠졌다"면서 "사회적 여론 및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걱정되는 점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이 회장의 과거 갑질 논란이 여전히 꼬리표로 따라다니고 있는 가운데, 대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림그룹은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과 에이플러스디, 켐텍 등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사업적인 면에서 2013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플랜트 사업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대림산업 플랜트 사업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8,608억원의 누적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영업이익은 호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황 부진으로 2017년(122억원 손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플랜트 사업부의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플랜트 사업부는 지난해 말 임헌재 대림산업 플랜트 사업본부장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비상 경영 선언문'을 올려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음을 알린 바 있다.
갑질 논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회장직에 오른 이해욱 회장.
자신과 회사 이미지 쇄신이 매우 절실한 상황에서 그가 2019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