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회장님 워라밸은 어떻죠?" 돌발 질문에 SK 최태원 회장의 솔직 답변

사진 제공 = SK그룹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회장님의 워라밸 점수는 몇 점인가요?"


"음…'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 제가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성원과 사회의 행복을 함께 키워 나가기 위한 '소통' 행보에 들어갔다. 


13일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임직원들과 함께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SK그룹 


점심시간 이용해 SK 임직원들과 '행복토크' 가진 최태원 회장 


이 자리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등 서린사옥 내 SK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복토크'는 구성원들이 모바일 앱을 이용해 현장에서 질문 혹은 의견을 즉각적으로 올리면 최 회장이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때로는 최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되묻기도 했다.


대기업 회장과 구성원들의 소통 시간인 만큼 초반에는 다소 딱딱하거나 서먹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터. 


최 회장은 스스로 컬러풀한 줄무늬 양말을 내보이더니 "이렇게 양말 하나만 변화를 줘도 주변에서 뭐라 할 수는 있겠으나,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사진 제공 = SK그룹 


최태원 회장, "긍정적 변화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통과 실천" 


그는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며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작은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한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 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구성원 스스로도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외부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자"고 당부하는 한편 "외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공유·공생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복토크'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열려 참여도가 높았다. 임원들도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제공된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토론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행복토크' 


"애 셋 아빠입니다. 남성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요?" - 구성원


"여러분, 애 셋 아빠에게 일단 박수!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함께 고민해 만들어 봅시다." - 최태원 회장 


"팀원이 팀장을, 팀장이 팀원을 택해 일하는 인사제도 도입은 어떨까요?" - 구성원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류의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 펭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 최태원 회장 


행사는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롭게 진행됐으며, 이처럼 최 회장과 구성원들 간 솔직하고 격의 없는 토론이 때로는 웃음 속에, 때로는 박수 속에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사진 제공 = SK그룹 


신년회에서 '100번 토론' 약속한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구성원과 올해 100회 소통하는 것이 제가 '행복 만들기'를 실천하는 방법이다"며 "여러분들도 각자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달성함으로써 다 같이 '행복 트리(tree)'를 만들어 가자"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일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임직원을 100회 이상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4일 SK주식회사 구성원들과 '100번 토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고자 소통 경영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는 경영 현장을 찾아 소탈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기회가 더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