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예쁘고 귀여운 아바타'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오프라인에서는 '아웃사이더' 였을지라도 온라인에서만큼은 당신을 '인싸'로 만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제페토'.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지난해 8월 출시한 3차원 증강현실(AR) 아바타 제작 앱이다.
'에이~ 아바타 앱 주제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페토는 출시 두 달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300만건 돌파, 3개월 만에 1,2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각종 SNS에는 친구 제페토와 찍은 사진을 게시한 글들이 가득하다.
돈 되고 재미있는, 반응 좋은 아이템은 모두 따라 한다는 중국에서 이미 '메이투슈슈(美圖秀秀)'라는 유사 앱이 나왔다.
인기를 이어가기 어려운 캐릭터 제작 앱이 이처럼 흥하는 이유는 뭘까. 제페토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해 봤다.
1. '살아있네!' 차원이 다른 캐릭터 커스텀 기능
제페토는 인공지능(AI)과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꼭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준다.
사진을 기반으로 얼굴을 인식해 3D로 구현하고 머리 스타일과 눈‧머리‧코‧입 모양, 착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특히 그 정도가 다른 앱과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아바타 기본 '생김새'가 있는데 제페토는 '눈'만 해도 크기는 물론이고 눈꼬리, 눈매, 눈앞, 애교 살 정도, 쌍꺼풀 모양, 동공 색, 속눈썹 등 디테일한 변화가 가능하다.
유저의 취향과 특색을 더욱 반영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선택 색상을 통한 피부색 설정, 아이‧치크‧립 메이크업, 의상까지 고르면 완벽하다.
2. 애플‧삼성의 AR 이모지 제공
제페토는 '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예쁘고 귀여운 아바타'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든 아바타를 채팅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애플 '미모지'나 삼성전자 'AR 이모지'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기존 두 회사의 서비스보다 활용 폭이 넓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끼리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GIF 파일로 저장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지만 제페토처럼 원하는 이모티콘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색다른 '나'를 만들고 사용하는데 제페토가 유용하다는 말이다.
3. 앱 외부에서도 가능한 사진 합성
제페토가 SNS 중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성공한 이유는 애플리케이션 외부에서도 다른 사진과 쉽게 합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사진첩 속에 있는 풍경에 내 아바타를 합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상황극도 가능하다.
때문에 '현실 친구'들과 만나 각자의 이모지로 인증샷을 찍어 업로드하는 것이 유행으로 번지기도 했다.
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제페토'를 검색하면 14만 7천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사진과 함께 기입하는 해시태그 '제페토스타그램' '제페토 맞팔'도 인기 키워드로 꼽힌다.
4. '현질' 없이도 가능한 아바타 제작
사진 필터, 게임 아이템‧스킨 등 각종 앱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현금 결제 유도다.
때론 그 정도가 지나쳐 정액권이나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애플리케이션들도 있다. 하지만 제페토는 적당하다.
하루 한 번, 접속시 '럭키 스핀'을 돌려 헤어스타일, 옷, 신발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코인을 준다.
코인 수는 랜덤으로 지급되지만 그 양이 적지 않고 1~3일만 모으면 대부분의 아이템이 구매 가능하다.
또 제페토 앱에 포함된 미니 게임으로도 코인을 얻을 수 있다. 굳이 현금 결제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제페토는 단순히 증강 현실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 앱이 아니다.
아바타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사용된다.
보편적인 기능을 넘어섰기에 이처럼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스트롱 베이비' 제페토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