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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회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치에 협력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멋진 정장으로 남심을 저격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후고 보스(HUGO BOSS)'의 진실이다.
벤츠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보스'에는 어두운 과거가 숨겨져 있었다.
이는 독일 뮌헨 국방대에서 경제사를 전공한 로만 쾨스터가 설립자 후고 페르디난트 보스의 나치 부역에 대해 쓴 'Hugo Boss, 1924-1945' 책을 후고 보스사 지원으로 출판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히틀러와 나치정권에 기여한 부끄러운 과거
1924년 독일 서남부 도시 메칭겐에 소규모 의류 공장을 차린 후고 보스는 7년 뒤 나치당에 가입했다.
이후 독일군의 군복을 만들어 납품했고 나치 돌격대, 히틀러 청년단, SS 친위대의 제복도 만들었다.
군복 디자인에 유독 신경 썼던 히틀러의 철학 덕에 나치의 군복은 실용성이 아닌 '디자인'을 강조해 제작됐다. 멋진 군복에 대한 판타지가 젊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에 가장 좋은 '미끼'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고 보스가 제작한 '멋진' 제복 덕에 청년들이 대거 나치에 합류하는 결과를 낳았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후고 보스는 공장 옆에 수용소를 만들어 전쟁 포로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켰다.
폴란드인 140명과 프랑스인 40명을 포함해 벨기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인들이 동원됐다.
쾨스터가 책에 "위생 상태와 음식물 제공 수준이 형편 없었다"고 서술한 부분을 통해 당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나치 공범자로 '낙인' 찍혀 권리 박탈당한 창업주
나치와 전쟁을 업고 급 성장한 휴고 보스는 1945년 독일이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자 나치에 협력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전쟁 직후 철도 노동자와 우체부를 위한 작업복 생산 업체로 전환했음에도 탈세 과정에서 나치의 공범자임이 드러난 것이다.
설립자 후고 보스는 투표권과 사업 운영권을 박탈당하고 10만 도이치마르크(한화 약 7,939만원)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었다.
이와 함께 3년 뒤 설립자가 사망하면서 회사도 무너져 갔다.
이후 1967년 유에·조엔 홀리 형제가 망해가는 보스의 경영권을 인수해 고급 정장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홀리 형제는 1991년 이탈리아 의류 업체 마르조토에게 브랜드를 넘겼다.
과거 반성 후 지금의 명품 브랜드로
지난 2011년 9월 당시 후고 보스의 수장이던 클라우스 디트리히 라르스 회장은 설립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 핵심 부대였던 'SS 친위대' 제복 등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언론을 통해 나치 통치 시절 후고 보스 공장에서 노동착취 당한 피해자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사죄했다.
군복 디자인으로 수많은 젊은이를 나치로 이끌었던 주범임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후고 보스는 의류, 안경, 신발, 액세서리, 향수 등을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로 고급 남성복이 대표 제품이다.
전 세계 100개국에 6,1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휴고 보스'로 표기된다.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할 줄 알고 스스로 히틀러와 나치에 기여했던 과거를 밝히는 보스.
이것이 바로 '명품 브랜드'로 거듭난 그들의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