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계의 유튜브 꿈꾸는 '스푼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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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유튜브'가 있다면 오디오 시장에는 '스푼라디오'가 있다.
개인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푼라디오'는 2016년 론칭 이후 18세~25세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특히 요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스푼라디오'를 모르면 간첩이다.
참여형 콘텐츠가 유행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1020세대의 자기표현 욕구가 합쳐진 결과다.
LG전자에 과감히 사표 던지고 사업 시작
스푼라디오를 서비스하는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는 LG전자 출신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며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던 그였지만 가슴 한 켠엔 늘 '창업'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렸다.
결국 최 대표는 LG전자에 돌연 사표를 던진 후 2013년 동생과 함께 휴대폰 배터리 대여 사업을 실시했다.
휴대폰 배터리를 탈부착해 사용하던 시절, 그는 '빵빵하게' 충전한 스마트폰 배터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에 내장 배터리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최 대표의 사업도 끝이 났다. 수억원의 투자금은 무용지물이 됐고 순식간에 빚이 쌓였다.
오디오의 '편안함'과 젊은 층의 '소통 욕구'를 합치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일렀다. 2015년 말 그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새롭게 돌파구를 찾았다.
날마다 새로운 정보와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에 자신도 모르게 '피로감'이 쌓이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잠들기 전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는 오디오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디오가 아무리 '올드'한 것으로 치부되는 추세라지만 누구에게나 '힐링'은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층의 소통에 대한 욕구를 적절히 섞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최 대표는 모두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방송에 혈안이 돼 있을 때 과감히 오디오 시장에 진출했다.
개인 DJ가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청취자와 소통하는 스푼라디오
DJ는 음성을 통해 일상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청취자는 채팅을 통해 소통하는 형식의 스푼라디오.
반신반의 하며 시작한 사업이지만 반응은 최고였다. 수많은 개인 DJ들이 채팅방을 열듯 라디오 채널을 열었고 청취자의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여러 사람의 음성을 녹음하고 청취할 수 있는 기능도 반응이 좋다. '좋은 글귀 따라 읽기'나 '노래 이어 부르기' 등으로 활용이 가능해 참여형 플랫폼의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스타 DJ'도 속속 생겨난다. 넘치는 '팬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청취자들은 후원 시스템을 통해 DJ에게 사이버 머니를 보낸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비슷한 개념이다.
수입이 생기니 DJ는 자신의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되고 청취자는 DJ의 관심을 얻으며 사이를 좁힌다.
물론 끼 많고 특출난 사람만 DJ를 하라는 법은 없다. 평범한 일반인이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 스푼라디오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인기…글로벌 다운로드 수 450만 넘겨
"오디오를 통해 사람들의 진솔한 소통을 돕고 세상을 더 즐겁게 만들고 싶다."
이러한 최 대표의 진심에 젊은 세대들은 빠르게 응답했고,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월 실제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7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지난해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스푼라디오를 론칭해 글로벌 다운로드 수 450만 건을 넘겼다.
또한 스푼라디오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KB 인베스트먼트, 굿워터캐피털 등으로부터 19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유튜브가 전 세계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평정했듯, 스푼라디오로 오디오 시장을 정복하고 싶다는 최 대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스푼라디오를 통해 마음 편히 웃고 떠들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