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4대 그룹 총수 중 혼자 대한상의 신년회 참석해 박용만 기(氣) 살린 '의리남' SK 최태원

(좌) 최태원 SK그룹 회장, (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뉴스1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지만 대통령, 주요 그룹 총수들 불참한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기원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신년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 중 유일하게 참석해 썰렁했던 행사 분위기를 살렸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최 회장이 박 회장의 기(氣)를 살려주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행사에 참석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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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계 최대 규모의 신년회인 대한상의 신년회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각계 주요 인사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개최했다.


1962년부터 매년 열리는 대한상의 신년회는 주요 기업인을 비롯해 정부 각료, 국회의원, 주한 외교 사절, 사회 단체·학계·언론계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하는 경제계 최대 규모의 신년회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불참 의사를 밝혀 행사 분위기가 다소 썰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부 합동으로 열었던 신년회에는 참석했지만 이날 대한상의 신년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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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불참한 건 지금까지 5번…문재인 대통령 2년 연속 불참


문 대통령이 최근 '기업 기(氣) 살리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친(親) 기업'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한상의 신년회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관례로, 문재인 대통령 이전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지금까지 단 3번 뿐이다.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직후 전두환 대통령(1984년), 연말에 따로 4대 그룹 총수 간담회를 개최한 노무현 대통령(2007년), 탄핵 소추안 의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2017년) 등이다.


문 대통령이 2년 연속 대한상의 신년회에 불참하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도 대거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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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전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청와대 신년회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런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만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참석해 썰렁했던 신년회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박 회장의 기를 살렸다.


당초 최 회장은 이날 신년회에 불참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하루 전날 보안을 요청하며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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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평소 박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최 회장이 '의리'를 지키기 위해 주요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신년회에 참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실제 박 회장은 평소 최 회장에 대해 "심성이 곱고 착한 사람"이라고 평해왔고, 또 최 회장이 수감 중일 때에는 구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심성이 곱고 착한 사람'"


이는 서로 걸어가는 길이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한 두 회장의 친분이 돈독하다는 방증.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참석자가 된 최 회장은 이날 박 회장을 비롯해 재계·정관계 인사들과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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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또 신년회가 끝난 뒤에는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따로 환담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 애로사항이 뭔지 듣겠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달라"는 홍 부총리의 요청에 "제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어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신년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경제계에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진수 LG화학 이사회의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