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큰손' 손정의 회장의 성공 신화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일본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 유망 기업으로 꼽히는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는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소프트뱅크의 창립자인 마사요시 손 회장은 재일한국인으로, 한국식 이름은 손정의다.
지난 1957년 일본 규슈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태어나 어려운 유년기를 보낸 손 회장은 재일교포로서 받는 인종차별을 피해 일본을 벗어나 미국으로 떠났다.
손 회장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 검정고시로 호릴 네임즈 칼리지에 입학 후 캘리포니아 대학교로 편입해 25세에 일본으로 돌아가 '니혼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자본금 1억엔에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1년 만에 매출 35억엔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소프트뱅크'라는 이름으로 매출 100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경이적인 성장을 이끄는 수장에게 어떠한 전략이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손 회장의 성공 전략에는 과감한 '승부수'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1. 남다른 투자 안목
손 회장은 그동안 일반 투자자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한 것. 이 때문에 손 회장은 "무모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손 회장이 쿠팡에 2015년 10억달러(한화 약 1조 1,160억원)를 투자한데 이어 20억달러(한화 약 2조 2,32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쿠팡은 사실 2~3년 단기간 안에 이익을 낼 수 없는 모델이다. 물류·배송 사업 등이 일정 수준으로 안정화돼야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다.
앞서 손 회장이 투자한 알리바바, 우버, 올라캡스 등은 현재 세계 각지에서 최고 업체로 등극했다.
2. 철저하게 준비된 인프라 기반 투자 전략
손 회장은 각각의 투자가 모여 발생하는 기업 간 강력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군(群) 전략'에 집중한다. 즉,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손 회장이 해당 전략으로 지난 2001년 선택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였다.
1999년 당시만 하더라도 전체 일본인 중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는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으며, 소프트뱅크가 뛰어든 이후 이 수치는 3년 만에 7배로 늘어났다.
또 2006년에는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해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08년 애플의 아이폰3G를 일본에 최초로 발매했다.
최근 몇 년간 손 회장은 새로운 '군'으로 인공지능(AI)을 선정, 이를 중심으로 인공위성, 자율주행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13년엔 사물인터넷(IoT)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35조원에 인수했으며, 2017년 우버와 그랩 등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3. 카리스마적인 리더십
손 회장이 1981년 니혼소프트뱅크를 창업하며 허름한 창고 안에서 직원 두 명에게 귤 상자를 단상 삼아 "세계 디지털 혁명을 이끌어 30년 뒤 1조원 매출을 올리겠다"고 연설한 일화는 유명하다.
언뜻 허황되게 들리는 손 회장의 '선언'에 두 직원은 결국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또 2000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만나 6분 만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해 "무모하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고집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신감과 열정은 손 회장의 경영 철학의 밑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