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어린 왕자' 바오밥나무가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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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리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는 나무 한 종이 메타포로 등장한다. 바오밥나무다.


수천 년 간 살 수 있고 장정 여러 명이 둘러싸도 줄기 굵기를 다 감싸지 못한다. 껍질을 벗겨도 죽지 않고 재생하며, 줄기가 쓰러지거나 쪼개져도 살아날 만큼 생존력이 강한 점도 특징이다.


그 때문에 원산지인 아프리카에서는 바오밥나무를 '생명의 나무'라고 부르며 매우 신성시했다. 그러나 최근 이 바오밥나무가 죽어가고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아프리카 남부에서 서식하는 바오밥나무 11그루 중 6그루가 말라 죽은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 적게는 1천 년에서 많게는 2천 년까지 살아온 나무들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바오밥나무의 잇따른 죽음을 지구 온난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비가 내리는 시기가 늦춰져 수분 보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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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지난해 6월 국제 식물연구 저널 '네이처 플랜츠'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바오밥나무의 잇따른 죽음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아프리카 남부 지역의 기후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보통 우기가 9월에 시작돼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듬해 2월까지도 비가 내리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로 기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건강한 바오밥나무에서는 수분이 70~80% 있지만 죽은 나무들에서는 40% 정도만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서도 수천 년 이상을 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식물로 꼽혔던 바오밥나무.


남아공에서는 사람(Mutu)이라는 단어와 나무(Muree)라는 단어를 지칭할 때 같은 접두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나무와 사람이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는 의미일 테다. 그런 나무가 살아야 다른 생명도, 사람도 살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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