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지난 10월 '234일'만에 구치소에서 나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연말까지 그 누구보다 바쁜 3개월을 보냈다.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이겨낸 롯데그룹의 경영 현안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을 터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롯데그룹 전체가 다시금 활력을 띠는 가운데, 유독 그를 고심하게 만드는 한 부문이 있다. 바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롯데마트다.
올해 상반기 롯데마트는 국내 320억원, 해외 900억원을 더한 1,2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 3분기에는 실적이 조금 개선됐으나 이는 사드 보복으로 후폭풍을 맞은 중국 내 매장 철수가 사실상 완료됐기 때문이었다.
롯데마트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욱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신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돼버린 롯데마트에서 올해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봤다.
1. 수장 전격 교체…김종인 대표 물러나
롯데마트는 계속된 실적 부진 속에 결국 '수장 교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그룹의 최연소 CEO로 주목을 받던 김종인 전 대표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
지난 20일 롯데그룹은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 등 16개 계열사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5개사의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김 전 대표는 롯데자이언츠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이끌던 문영표 대표가 새롭게 롯데마트의 수장이 됐다.
문 대표는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해 롯데마트의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 1+1 행사 '허위·과장 광고' 판결
올해 7월 롯데마트는 지난 2015년 2월~4월 사이 진행한 1+1 행사에서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해당 기간 동안 롯데마트는 세 차례 1+1 행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개당 가격보다 높은 판매가를 제시했다.
또 앞서 2014년에는 '명절 전 생필품 가격, 확실히 내립니다' 등의 문구로 광고를 냈으나 사실 상품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다.
재판부는 "상품 2개 그림과 함께 '1+1'표시를 본 소비자는 행사 상품을 구매하면 기존 1개 가격으로 2개를 구매하는 경우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인식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롯데마트가 광고한 '1+1' 가격은 종전 1개 가격의 2배와 같거나 그보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거나 오히려 불리했다"며 거짓·과장 광고라 판단했다.
3. 중국 시장 '완전한 철수' 결정
올해 롯데마트는 계속된 실적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완전한 철수'를 결정했다.
한때 중국에서 '유통 강자'로 꼽히던 롯데마트이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매출이 줄었다.
2013년 1조 7,000억원을 넘겼던 롯데마트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 2,630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중국 전체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서자 신 회장은 중국에서 철수하고 재정 안정화를 꾀하기로 노선을 바꿨다.
4. 전 상품 가격표에 'OR코드' 도입
지난달 롯데마트는 전 점포의 모든 상품 가격표에 'QR코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객이 상품 가격표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상품 정보 및 상품평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모바일 롯데마트 앱을 통해 바로 주문도 가능하다.(주류·패션·토이 등 일부 품목은 제외)
이를 통해 롯데마트는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수준을 넘어,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사업을 지원하는 O4O(On-line for Off-line)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또한 오프라인에서 엘페이, 카카오페이, 알리페이 등 다양한 방식의 결제를 가능케 해 완전한 디지털 매장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