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리딩 뱅크' KB국민은행을 이끄는 허인 은행장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평균 임금 수준이 높아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KB국민은행의 노조가 성과급을 더 주지 않으면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이하 노조)는 이날 조합원을 상대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조합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이듬해 1월 중으로 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 가능성의 불씨는 '연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의 갈등에서 촉발됐다.
'성과급'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KB국민은행 노사
국민은행 노조와 사측은 지난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임단협에서 노사 간 이견을 보인 안건은 '임금인상', '이익 배분에 따른 성과급 지급', '미지급 시간 외 수당 지급',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페이밴드' 등이다.
임단협 진행 내내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했고,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이익 배분에 따른 성과급'이 쟁점이 됐다. 성과급 규모를 놓고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
KB국민은행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매해 성과급과 관련한 노사 갈등이 있어왔다.
노조, 사상 최대 실적 낸 만큼 통상임금 300% 수준 달라 요구사측 "올해 경영 목표 달성 어렵다"…성과급 조정 필요 맞서
현재 노조 측은 KB국민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통상임금의 300%)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올해 산정한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성과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B국민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KB국민은행의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2조 79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 8,412억원) 보다 12.93% 증가한 수치다.
전년도 당기순이익과도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 1,747억원. 이 기세라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피크제, 피복비 100만원 지급 요구하는 노조
이에 따라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사측에 요구한다.
그러나 사측의 의견은 다르다. 올해 경영 목표 달성 전망이 어둡다는 이유에서 이익배분 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의 10%로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조 측은 만 55세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에 도달한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를 1년 늦게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또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도 매년 100만원 지급하라고 했다.
기존에는 유니폼을 입었으면 됐는데, 더는 그러지 못해 옷을 사야 하니 그 비용을 대라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KB국민은행 노사 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을 띄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 측이 고객들의 불편을 볼모로 잡고 성과급으로 번 돈을 나눠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이번 총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 측은 1월에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되는 고객들도 더러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파업을 예고하는 기사들에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일침을 가하는 댓글을 잇달아 달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은 적지 않다. 분기보고서에 공시된 지난해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 월급으로 따지면 세전 758만원가량이다.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고객 불편을 담보로 잡는 듯한 KB국민은행 노조 측의 행보에 고객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