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약이 쓰다'…성장발판 마련했던 넥슨의 2018년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혜성처럼 나타나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신생 게임사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게임 업계는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국내 게임 업계 1위 넥슨이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피파 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등 굵직한 게임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창업주인 김정주 현 NXC 대표는 국내 게임 산업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올해 넥슨은 뒤늦게 '성장통'을 겪었다. 각종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것.
쓰지만 좋은 약이 될 넥슨의 한 해를 정리해봤다.
1. 사전 예약 200만명 몰린 '야생의땅:듀랑고'
넥슨의 스타트는 좋았다. 올해 1월 25일 정식 출시한 새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가 출시 전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넥슨이 듀랑고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하루 만에 30만명이 몰렸다. 한 달도 되기 전에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다.
듀랑고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모바일 게임 자동 사냥과 차별화 해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조종하고 마을, 숙영지 등을 건설하면서 제대로 된 오픈 필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관심 때문인지 듀랑고는 서비스 시작 직후 서버 접속 장애, 게임 중 튕김 현상, 긴 접속 대기 시간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급기야 누리꾼 사이에서 'X랑고'라는 별칭을 얻기에 이르렀다.
2. 게임 개발사 '엔진스튜디오' 인수
지난 4월 19일 넥슨은 온라인 게임 개발사 '엔진스튜디오'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엔진스튜디오는 동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특징으로 하는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수신학원 아르피엘'을 개발한 업체다.
넥슨, 네오플,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대형 게임사 출신의 베테랑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효율적인 게임 개발을 가능하게 할 자체 개발 엔진과 툴, 멀티 플랫폼 개발이 가능한 점도 인수 요인으로 보인다.
당시 이정헌 대표는 "엔진스튜디오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 개발자들이 다수 포진한 역량 있는 개발사"라며 "엔진스튜디오의 탁월한 개발력이 좋은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3. 구설수에 오른 넥슨 창업주
올해 5월 김정주 NXC 대표이자 넥슨 창업주는 2년여간의 수사와 재판 끝에 넥슨 주식 사건과 관련된 판결을 확정지었다.
지난 2005년 대학 동기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20억원대 넥슨 주식을 공짜로 준 혐의였다.
김 대표의 주식 특혜 제공 논란은 무죄로 결론났지만 그는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며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3일 뒤 넥슨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 행위로 과징금 9억 3,500만원, 과태료 550만원을 부과 받았다.
온라인 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2' 내의 사이버몰에서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청약의 철회 및 계약의 해제의 기한과 행사방법 및 효과에 관한 표시 및 광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서든어택'에서는 일부 퍼즐 조각의 획득 확률이 낮게 설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조각의 획득 확률이 동일한 것처럼 표시해 소비자들을 기만해 뭇매를 맞았다.
4. '타이탄폴 온라인' 개발 중단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넥슨은 급작스러운 소식을 발표했다. '피파온라인'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와 함께 개발 중이던 '타이탄폴 온라인' 개발을 전면 취소하겠다는 것.
지난 2015년 7월 공동 개발 소식을 전한 지 3년 만이다.
넥슨은 개발 중단 이유로 "다른 신작 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제2의 서든어택2' 사태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서든어택2가 오랜 시간과 거액을 들였음에도 진부한 게임성과 여성 캐릭터의 성 상품화 및 선정성 논란으로 23일 만에 종료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들이 출연해 시장 환경이 급변한 점도 철수 이유로 꼽혔다.
5. 게임 업계 최초 노조 설립
올해 9월 넥슨은 게임 업계 최초의 노동조합을 갖게 됐다. 포괄 임금제를 명목으로 공짜가 된 야근과 빈번한 '크런치 모드'가 원인이 됐다.
업계에서 관행처럼 쓰이는 '크런치 모드'는 게임 출시 직전 고강도 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업계 종사자들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실적을 쌓지 못하면 이직을 강요당하는 등 과도한 근무와 고용 불안에 시달려 왔다.
지난 4월 넥슨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근무 시간을 자율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해 임직원들의 '워라밸'을 맞춘다고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조 설립을 낳았다.
넥슨 노조는 넥슨코리아 법인과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의 자회사와 계열사들을 가입 대상으로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