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파리바게뜨 위협하던 업계 1위 '크라운베이커리'가 몰락한 이유

(좌) 사라진 '크라운베이커리' / SBS '8뉴스' (우)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설레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있다. 케이크와 빵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가 바로 그곳.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많은 이들이 가족 혹은 연인과 케이크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갖는다.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한국에서 설이 되면 '떡국'을 먹듯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케이크'를 함께 나눠 먹으며 예수의 탄생일을 축제처럼 즐긴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도 그대로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케이크'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빵은 물론 케이크를 보급한 국내 최초의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는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크라운베이커리'다.


SBS '8뉴스'


1988년 설립된 국내 최초 제빵 프랜차이즈 크라운베이커리당시 매출 업계 1위…현재 파바·뚜레쥬르 못지않은 인기 누려


현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브랜드이지만, 호황기 시절 크라운베이커리의 영향력은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못지않았다. 아니, 그 보다 더한 인기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1948년 영일당 제과가 모태인 크라운제과는 1988년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제빵 사업을 시작했다.


1988년 10월 1일 크라운제과 생과사업부 별도 법인으로 출발한 크라운베이커리는 시작부터 흥행가도를 달렸다.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그도 그럴 것이 크라운베이커리 이전에는 이렇다 할 만한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


어느 매장을 방문해도 모양은 물론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크라운베이커리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빠르게 인기 몰이에 나선 크라운베이커리는 1991년 매출 업계 1위를 달성한다. 사실상 크라운베이커리의 '독주'였다.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1996년 매출액만 1천억·가맹점 수 800여 곳 달해잘 나가던 크라운베이커리, 모기업 '부도'로 '위기'


흥행가도를 달리는 크라운베이커리는 1990년대 중반 생크림 케이크로 또 한 번 대박을 친다.


이후 제과점 최초로 다양한 TV 광고를 선보이며 업계 1위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매출도 놀라웠다. 1996년 매출액만 약 1,000억원에 달했으며, 가맹점 수도 800여 곳에 달했다. 승승장구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로 1998년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맞이한 것.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크라운베이커리 '휘청'일 때 공격 진출한 '파리바게뜨·뚜레쥬르'크라운베이커리, 안일한 경영방식에 경쟁서 밀리고 입지 좁아져


2004년에 정상화 수순을 밟았으나 이미 시장에는 SPC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유통 공룡'들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가 포진해있었다.


여기에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커피·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크라운베이커리의 입지가 크게 좁아 들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 크라운베이커리를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으나 회생은 불가능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안일한 경영방식 때문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여타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한참 뒤처지기 시작한 상황이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가맹점주들마저 본사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결국 800여 개에 달하던 매장은 2010년 252개로 줄었고, 2011년 160개, 2012년 97개로 감소했다.


매출액 또한 1,000억원에서 2010년 584억원, 2011년 42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SBS '8뉴스'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 '크라운베이커리'의 몰락 '악화일로' 걷다 결국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크라운베이커리


악화일로를 걷던 크라운베이커리는 2012년 크라운제과에 합병된다.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했다. '만성적자'를 내던 크라운베이커리는 오히려 모회사를 '골병'들게 하는 원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 2013년 9월 사업 종료를 알리는 공문을 각 가맹점에 발송하고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다.


매출 1위, 업계 1위를 고수하며 잘 나가던 제빵 브랜드가 몰락한 것이다.


안일한 경영방식과 유통 공룡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의 공세에 결국 친숙한 이름으로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던 크라운베이커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