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근검절약(?)'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만족."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이념'이라고 한다.
최신 설비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던 그들은 항공기 정비 9.6%를 인턴과 저경력자 등 자격 미달 인원에게 맡겼다.
아시아나항공은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변명하지만 승객들은 더이상 안심하고 비행을 즐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회장의 행보도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아무리 자신의 회사라지만 너무 본인 마음대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좋은 일 하나 없었던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을 정리해봤다.
1. 기내식 대란
7월의 첫 날, 아시아나항공 80편 가운데 51편(64%)이 1시간 이상 지연 운항됐고 나머지 36편은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노 밀(No Meal)' 상태로 출발했다.
당시 아시아나는 기내식 업체를 변경해 새로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선정했으나 해당 업체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정을 맞출 수 없었던 것.
임시로 선정된 '샤프도앤코'는 대량 생산 경험이 부족해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급기야 샤프도앤코 협력사 대표 윤모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족들은 아시아나의 무리 요구와 갑질 행태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계약 조건에 '기내식이 늦게 공급되면 지연된 시간에 따라 납품 금액을 깎는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팀장을 상무로 승진시킨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출장 차 이용한 베이징행 항공기는 따듯한 기내식을 실어 정시 출발한 사실이 보도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 낙하산 논란
박삼구 회장은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3일이 지나서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딸이 나이도 있고 사회생활도 해야한다"며 "금호리조트는 그룹 내 비중이 적고 중요도도 낮은 곳이라 그곳에서 인생‧사회 공부와 경영을 배우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세진 상무는 그룹 내 근무 경력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입사 전 까지 경영 경험이 전무한 전업 주부라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더불어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사장까지 초고속 임원 승진 논란에 휩싸였다.
3. 박삼구 회장의 만행
올해는 한 그룹의 CEO 박삼구가 아니라 인간 박삼구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한 해 시작부터 익명 앱 '블라인드'를 통해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에게 자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 폭로됐다.
방문할 때마다 승무원들을 껴안거나 손을 주무르고, 관리자들은 달려가 안기라고 직원들에게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은 박 회장이 본사에 방문하면 1층 로비에 커다란 원모양으로 서서 손뼉을 치며 열렬히 환영해야 했고, 먼저 팔짱을 끼거나 아부를 하며 '기쁨조' 노릇을 했다.
안전 교육과 비행 사전 브리핑까지 생략하고 박 회장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듯한 가사의 노래를 불러야 할 정도다.
신입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이 밤새 종이 장미꽃 100송이를 접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심지어 박 회장의 취향이 아닌 승무원들을 카운터 뒤에 숨겨서 안 보이게 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4. 실적 부진에도 임원들 임금 올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1,009억 7,866만원을 기록했지만 임원들의 임금은 지난해 동월 대비 5억원 상승했다.
직원 1인의 평균 임금이 4.4%(200만원) 인상될 때 등기이사들은 1인당 평균 202.4%(5억 5,314만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김수천 전 사장의 퇴직금으로 전체 보수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오히려 본인들의 임금이 6%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5. 아시아나의 안전불감증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터키항공 항공기의 꼬리를 치고 지나갔다. 그 다음달에는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 간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더불어 항공기 안전 정비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안전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항공기의 특성 상 고장 여부와 관계 없이 정기 점검은 필수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비용 문제로 정비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다 주요 부품 부족으로 '돌려 막기식' 정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문제에 투자하라는 노조의 지적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는 국토교통부 조사를 통해 최근 5년 간 아시아나의 기체결함 회항 건이 68건으로, 항공사들 중 가장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달에 1.6번 꼴인 셈이다.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LA행 여객기가 기체결함으로 7시간 만에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은 이틀 연속 같은 결함으로 비행을 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