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소송·폐점"…채형석 부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에 올해 벌어진 일 5

사진 = 박찬하 기자 chanha@, 제주항공


[인사이트] 김유진 기자 = 애경그룹의 2018년은 계열사 제주항공 덕분에 활짝 웃을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과 LG생활건강의 소송 등으로 시끄러웠던 애경산업과 달리 제주항공은 큰 논란 없이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


또한 어머니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이 2세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한 해이기도 하다.


연말을 맞아 올해 애경그룹에서 벌어진 일 5가지를 정리해봤다.


애경 '가습기메이트' / 뉴스1


1. 애경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들이 재고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살균제를 개발·유통한 애경산업을 지난 11월 27일 다시 고발했다.


피해자들은 살균제에 사용한 원료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온 애경산업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을 검찰에 고발하며 유해성을 입증하는 환경부의 연구결과를 제출했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지난 2016년 8월에도 고발당했지만 유해성이 입증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쓴 옥시만 처벌받았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했고 애경산업은 이를 활용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상품을 판매만 한 것이라며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 / 뉴스1


2. 제주항공 성공적으로 이끈 '안용찬 부회장' 퇴임


애경그룹에서 애경화학과 애경유화, 애경산업을 거쳐 2012년부터는 제주항공을 이끌었던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이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으로 1983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34년간 근무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 1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올해 안 부회장의 임기도 2021년 3월로 연장됐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퇴임에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안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제주항공의 실적이 좋아 박수를 받는 지금이 스스로 계획했던 은퇴 시기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고 조기 퇴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캡션을 입력해 주세요.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3. 애경 '1호 백화점' AK플라자 구로점 폐점


1993년 애경그룹이 처음으로 오픈했던 백화점 AK플라자 구로점은 현재 내년 8월 폐점을 앞두고 있다.


수년간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망한 것.


인근 주민들도 25년간 구로역의 랜드마크였던 AK플라자 구로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1호 백화점'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채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채 부회장은 향후 애경그룹을 이끌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경영 능력 입증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이번 폐점이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경 홍대 신사옥 조감도 / 사진 제공 = 애경그룹


4. 사옥 이전으로 '홍대 시대' 열어


애경은 지난 8월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으로 사옥을 옮겼다.


이는 1976년에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자리 잡은 지 42년 만으로 처음 사옥 이전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화제가 됐다.


애경은 신사옥에 1,640억원이나 들여 연 면적 약 5만 3,949㎡에 판매 시설과 업무 시설, 숙박 시설, 근린생활 시설이 포함된 복합 시설동과 공공 업무 시설동을 지었다.


신사옥 이름은 사내 공모전을 통해 '애경타워'로 지었으며 사무공간은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는 영감의 공간'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홍대 사옥 이전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지난 2008년 처음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사옥 이전을 계기로 채 부회장이 2세 경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 애경산업


5. '펌핑' 치약 놓고 LG생활건강과 소송전


애경산업은 '페리오 펌핑 치약'을 베껴서 '2080 펌핑 치약'을 내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월 LG생활건강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LG생활건강은 애경산업의 '2080 펌핑 치약'에 대해 "자사 제품 '페리오 펌핑 치약'이 5년 만에 1,500만개가 팔리는 등 인기 상품으로 등극하자 이를 베껴 지난 7월 내놓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사진 제공 = LG생활건강


특히 LG생활건강은 제품명에 '펌핑'을 쓴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펌핑'은 LG생활건강이 '페리오 펌핑 치약'을 출시하며 새롭게 만들어 쓴 단어인데 애경산업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고 이름에 '펌핑'까지 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