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은 '현대그룹', 정몽구는 '현대차그룹'

[인사이트] 김유진 기자 = 국내 재벌가에서 형제들끼리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건은 현대家의 '왕자의 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키운 현대는 현재 두 아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갈라서면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게 됐다.

갈등이 시작됐던 지난 2000년 3월 당시 현대그룹은 둘째 아들 정몽구 회장과 다섯째 아들 故 정몽헌 전 회장이 공동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몽구 회장이 3월 14일 故 정몽헌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당시 현대증권을 맡고 있던 이익치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전보시키는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 '왕자의 난'의 발단이 됐다.

정몽구 회장은 故 정몽헌 전 회장이 해외로 출장을 떠난 사이 기습적으로 이러한 일을 벌였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의 금융 부문을 장악하려 했다는 말도 나왔다.

아버지 정주영이 '특히' 아끼던 아들 정몽헌

당시 아버지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인정을 받은 故 정몽헌 전 회장은 현대그룹의 핵심이던 건설, 전자 부문을, 정몽구 회장은 성장이 불투명하던 자동차 부문을 맡을 예정이었다.

이에 정몽구 회장이 현대증권 등 금융 부문을 탐냈으리라는 추측이다.

인사 발표 다음날 故 정몽헌 전 회장은 인사 보류를 지시하고 같은 달 24일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정몽구 회장의 면직을 발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를 계기로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서비스 등 자동차 관련 10개 계열사를 떼어내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독립했다.

故 정몽헌 전 회장은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상선, 현대전자, 현대아산 등 26개 계열사를 가진 현대그룹 2대 총수로 자리매김한다. 

이 중 현대건설은 2011년 경영 악화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됐다.

정몽준 아산문화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을, 현재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인 정몽근은 현대백화점을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갔다.

현대차를 재계 2위로 성장시켜 '탄탄대로' 걷는 정몽구 

현대 일가의 '황태자'로 불리던 故 정몽헌 전 회장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2년 만에 故 정몽헌 전 회장은 대북송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계동 사옥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대그룹은 故 정몽헌 전 회장이 사망한 뒤부터 지금까지 아내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를 매출 100조를 바라보는 재계 서열 2위의 국내 대표 기업으로 키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