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가습기 유해성' 이미지 굳어져 '오너' 채형석 얼굴에 먹칠 한 애경산업

(좌)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 제공 = 애경그룹 / (우) AK플라자 구로점,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유해성 논란'으로 신뢰도 흔들리는 애경그룹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지난 18일 애경그룹이 'AK플라자 구로점'을 폐점한다고 조용히 알렸다.


AK플라자 구로점은 1993년 애경그룹이 오픈한 첫 번째 백화점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컸다. 그렇지만 그 의미와 별개로 수년간 누적된 적자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호 백화점'이 망해서 문을 닫게 됨에 따라 애경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AK플라자 구로점 폐점보다 어쩌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애경 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으로 기업 신뢰도 자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스1


7년째 계속 따라붙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 


시작은 '가습기 살균제'였다.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는 유해물질인 CMIT와 MIT를 사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그렇지만 두 기업은 정부의 동물실험 결과 CMIT·MIT와 폐 손상 사이 연관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벌써 7년째 피해자들의 곡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미 CMIT, MIT가 폐 손상 등 소비자의 생명 및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판명 났는데도 동물실험 결과에 기대어 한 마디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뉴스1


또한 애경산업은 문제가 된 제품은 SK케미칼이 제조했고 자사는 '판매'만 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더욱 비판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2년여 만에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검찰에 다시 고발하는 등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진행 중이다. 


피죤 홈페이지 


계열사 AK켐텍도 '유해성 논란' 불거져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올해 초에도 불거져 나와 애경그룹을 또다시 흔들어놨다. 


지난 2월 환경부 조사 결과 애경그룹 계열사 AK켐텍이 원료를 납품한 피죤의 스프레이형 섬유탈취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 성분 PHMG가 검출된 것. 


당시 피죤은 책임의 화살을 AK켐텍으로 돌렸고, AK켐텍은 PHMG를 구매하거나 취급한 전례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서 두 기업 간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의 눈초리는 점점 더 따가워졌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한 최악의 상황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미 소비자 마음은 부도덕한 기업 '애경'에서 차갑게 돌아서 


또한 AK켐텍은 지난 4월 환경부의 조사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당시 이들은 "카이스트 등 복수의 시험 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PHMG 미검출 결과가 확인됐다"며 환경부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진전 사항을 묻는 기자에게 AK켐텍 측 관계자는 "검찰까지 가서 결국 무혐의를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그 외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경그룹이 이미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또다시 유해물질 관련 악재의 중심이 된 터라 많은 소비자들이 "미덥지 못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후유증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AK켐택 문제까지 터져 이미지를 단단히 구긴 채형석 총괄부회장. 


'유해성 논란'이 애경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현재, 채 총괄부회장이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