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운명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2019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신 회장이 국정 농단·경영 비리 등 잇단 비위 사건으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오너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는 평이다.
반면 황 부회장과 함께 그룹 핵심으로 분류됐던 '42년 롯데 외길'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재계는 신 회장이 '뉴 롯데'로의 체제 전환을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카드 등 식품·화학·서비스·금융 부문 30개 계열사의 2019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그룹 '2인자'로 불리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의 운명이 엇갈렸다.
먼저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자리를 유지, 롯데그룹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그룹 후계자 수업을 받을 당시 부장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황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신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잘 보필해 그의 '가신(家臣)'으로 평가돼왔다.
롯데그룹 '2인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황 부회장
또한 신 회장이 국정 농단·경영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됐을 때에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그룹의 경영 활동을 진두지휘해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신 회장이 올해 7월 열린 공판에서 황 부회장을 가리켜 "업무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정도.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그룹 2인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황 부회장은 향후 조직 안정과 굵직한 인수합병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황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42년간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나게 됐다.
42년간 몸 담았던 정든 롯데 떠나게 된 소 위원장
소 위원장은 1977년 호텔롯데로 입사해 롯데쇼핑의 창립 멤버로 롯데 유통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롯데슈퍼, 코리아세븐 대표를 역임했으며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을 역임하던 2015년,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일 때 신 회장 편에 서면서 '신동빈 회장의 남자'로 자리매김했다.
소 위원장은 이후에도 신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 내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올해 초 진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황 부회장과 달리 승진에 실패해 위기론이 불거졌고, 결국 이번 인사를 통해 정든 롯데를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신 회장의 '신격호 명예회장 색깔 지우기'가 소 위원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뉴롯데' 체제 전환을 위한 신 회장의 과감한 세대교체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세대교체를 통해 신 명예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뉴 롯데'를 만들려고 한다"며 "소 위원장이 신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는 한때 신 명예회장의 수족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 회장은 아버지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소 위원장을 중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오는 20일과 21일에도 롯데쇼핑 등 유통 및 기타 부문 20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추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