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국가부도의 날'에도 등장한 재계 4위 '대우그룹' 몰락의 내막

(좌) 영화 '국가부도의 날' (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뉴스1


김우중 회장이 맨손으로 일궜던 재벌기업 대우그룹재계 4위 대우그룹의 몰락이 충격으로 다가온 까닭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대우가 위험하다고 합니다."


최근 박스오피스 2위를 수성하며 4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등장하는 대사다.


잠깐 이 대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설명하자면, 영화 속 외환위기 TF팀은 100대 기업 리스트 중 도산한 기업에 빨간 줄을 긋고 있었다.


그때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직원이 다급하게 말한다. 대우도 위험하다고 말이다.


당시 '재계 4위'에 이름을 올린 재벌기업 대우그룹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간단하면서도 파급력있게 전달한 장면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 대우그룹이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한다.


해당 영화에 등장한 대다수의 배우들은 대우그룹이 몰락해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금치 못한다. 지위와 계층을 막론하고 말이다.


이는 비단 영화 속에서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실제 당시 대우그룹이 부도에 이르렀다는 언론보도를 본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더구나 대우그룹은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 잘 나가는 계열사와 사업군을 가지고 있어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굴지의 재벌기업이 한 순간에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KBS1 '뉴스9'


대우그룹이 '부도'난 시점은 1999년외환위기에 사세 확장한 것이 '독'돼 


시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간 대우그룹의 부도.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다뤘듯,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대우그룹이 부도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점은 사실이 아니다.


대우그룹이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가 아니라 1999년이다.


대우그룹은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위기의 징조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해외사업을 지속하고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며 확장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이것이 독이되고 말았다. 


경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는 데도 내실을 다지기 보다 무조건 사세만 확장했고, 결국 1999년 42조원의 분식회계와 과대부채, 24조원 횡령 같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부도에 이르고 말았다.


대우조선의 목포조선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건설·증권·전자·조선·자동차 등 문어발식 사업하다 부채비율 400% 상회빚 무서운 줄 모르고 세계 경영 집중하다 산산조각 난 김우중의 대우그룹 


1999년 공식 해체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우그룹은 모든 것이 컸다.


대우그룹은 총 고용인원 15만명, 계열사 41개, 국외법인 396개를 보유한 '대형' 기업이었다.


전개하는 사업도 굵직굵직했다. 대우실업에서 출발한 김우중 회장의 대우는 1970년대부터 대우건설, 대우증권, 대우전자, 대우조선 등을 창설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웠다.


성공적으로 외형을 넓힌 김우중 회장은 자동차 시장에도 눈독을 들였고, GM사의 지분은 전량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MBC '뉴스데스크'


대우자동차는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자동차는 출범 3년 여만에 전 세계에 대우자동차 판매점을 400여개 만들어내며 성공반열에 오른다. 


이렇게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은 순간에 재계 4위에 이름을 올린다.


모든 것이 컸던 대우그룹은 부채 규모도 컸다. 당시 대우그룹의 부채는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 3,400억원)에 달했다.


1999년 3월 대우그룹의 부채비율은 400%를 웃돌았고, 자기자본 비율은 50%가 채 안 됐다. 차입 의존도가 높았던 대우그룹은 연 20%가 넘는 은행의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했다.


빚을 얻어 빚을 갚는 등 악순환을 겪던 김우중 전 회장의 대우그룹은 결국 부도에 처했다. 빚 무서운 줄 모르고 세계 경영에만 집중했던 대우그룹이 산산조각난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뉴스1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말하는 대우그룹의 해체 배경김우중 전 회장 "기업 부실이 아니라 정권에 의해 해체"


대우그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이유는 42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 과대부채, 횡령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정권에 의해 대우그룹이 해체된 것이라 주장한다.


김우중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대우그룹 해체 과정을 담은 대담집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내면서 대우그룹은 정권에 기획해체 당했다고 말했다.


YouTube 'YTN NEWS'


대담집에서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해체는 기업 부실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경제 관료의 갈등 탓에 기획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과정에서 경제 관료들과 크게 충돌하다 감정 대립까지 갔으며, 공개석상에서 경제 관료들을 지적했다 '제거 대상'으로 찍힌 것이라는 게 대담집 속 김 전 회장 주장의 골자다.


쉽게 말해 당시 DJ정부 경제 관료와 사이가 틀어진 탓에 청와대에 나쁜 보고가 올라갔고, 결국 해체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뉴스1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발언을 두고 반박하는 이도 많다. DJ정부가 대우그룹의 부도를 조장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흥하면서 대우그룹의 해체 배경을 놓고 새삼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서로 대립구도를 이루는 이들도 확실하게 인정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재계 4위에 이름을 올렸던 재벌기업인 대우그룹은 이미 사라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한때 많은 직장인들의 우상으로 추앙받던 '김우중 신화'마저 역사 속에서나 존재하게 됐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