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롯데 신격호 꺾고 더 높은 빌딩 짓겠다던 현대차 정몽구의 '꿈', 내년에 이뤄진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숙원 사업 4년 만에 가시화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좌초 위기에 몰렸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이 내년 상반기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 4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재계는 4년간 표류했던 GBC 건립이 구체화 된 배경에 대해 'GBC 건립을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절박한 심정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어제(17일) 발표한 경제 정책 방향에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GBC 건립에 대한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내년 1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GBC 조감도 / 사진 제공 = 서울시


한전으로부터 삼성동 부지 7만 9,342㎡ 10조 5,500억원에 매입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9월, 한국전력으로부터 서울 삼성동 부지 7만 9,342㎡(약 2만 4천평)를 10조 5,500억원(평당 4억 4천만원)에 매입했다. 이는 당초 한전이 제시한 감정 가격 3조 3,346억원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금액이었다.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던 한전 부지를 매입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정에 재계는 "혁신을 위한 통 큰 베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현대차그룹도 "한전 부지에 105층(높이 569m)짜리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지어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와 같은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비전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야심, 즉 정 회장의 '꿈'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관련 기관 심의에 막혀 건립 계획이 계속해서 보류됐기 때문.


현대차그룹은 당초 2016년 12월 착공에 들어가려했지만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에 막혀 계획이 무산됐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와 같은 랜드마크 건립"


이후 다시 계획을 세워 올해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3월과 7월 등 지금까지 3번이나 수도권정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나서면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정부가 내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민간 기업 투자 지원 대상에 GBC를 포함시킨 것.


경제 효과와 집값 상승 등 부처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GBC 건립을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올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시장 예상을 밑도는 0.6%에 그쳤다. 연 2.7% 성장을 자신하던 문재인 정부의 전망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 뉴스1


재계는 경기 침체에 빠진 주요 원인으로 건축과 토목 등 건설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지적했는데,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GBC 건립을 지원해 건설 경기 활성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 등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포석이다.


정부가 GBC 건립과 관련해 각종 지원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GBC는 내년 상반기 조기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 활성과 신규 일자리 창출 등 1석 2조의 효과 거두겠다는 속내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국통교통부는 이번주 중 수도권정비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GBC 사옥 조성으로 인한 인구 집중 저감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내년 1월 중 위원회에서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사업 계획과 투자 계획은 이미 수립된 상태다. 따라서 수도권정비위원회만 통과하면 사실상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 만큼 서류 절차에 소요되는 2~3개월 정도 뒤에 바로 착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GBC 건립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예상 공사 기간은 4년 6개월, 2023년 중 완공될 예정이다. 시공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총 사업비 3조 7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GBC는 105층 높이의 빌딩 1개와 35층짜리 호텔·오피스텔 1개, 6~9층 컨벤션·공연장 3개 등 총 5개 빌딩으로 구성된다.


265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와 122만명의 일자리 창출 기대


특히 105층 빌딩 높이는 569m로 현재 국내 최고인 123층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14m 더 높다. 롯데월드타워를 제치고 서울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것.


또한 개발이 완료되면 265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와 122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 롯데그룹이 총 4조원을 투자한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경제 효과는 연간 약 10조원이다. 기존 롯데월드몰과의 시너지를 통한 생산 유발 효과 2조 1천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조원, 취업 유발 인원도 2만 1천명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GBC 건립은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인 동시에 침체된 한국 경제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살릴 '다크호스'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16년 7월 옛 한전 본사 건물 해체 현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에게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라고 강조하는 등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