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언론' 유난히 사랑해 적자에도 LS 구자열 회장이 잡지사 운영하는 사연

(좌) 구자열 LS그룹 회장, (우) LS네트웍스 매거진 '보보담(步步譚)' / 사진제공 = LS그룹


재계 17위 LS그룹 이끌고 있는 구자열 LS 회장돈 안되는데도 7년째 잡지 '보보담' 발간하는 이유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자전거 덕후'로 소문난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던 대학생 시절 '뿌리 깊은 나무'라는 월간지에 푹 빠져 있었다.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통해 세일즈 시대를 연 '전설의 세일즈맨' 고(故) 한창기 선생이 한국인들을 위한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출간한 잡지였다.


당시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는 정기 구독자 수만 6만 5천명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대학생이던 구자열 회장은 이를 읽으며 잡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전두환 정권은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를 강제 폐간시켰고 한창기 선생은 1984년 여성 월간지 '샘이 깊은 물' 출간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2001년 폐간하고 말았다.


LS네트웍스 매거진 '보보담(步步譚)' / 사진제공 = LS네트웍스


연간 4회씩 잡지 '보보담' 출간하는 LS네트웍스구자열 회장, 편집주간으로 기획 회의 직접 참여


대학 시절 자신이 평소 가장 즐겨봤던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잡지를 많은 젊은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고 생각이 든 구자열 회장은 2011년 잡지 '보보담(步步譚)'을 출간하게 된다.


'보보담'은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더불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취재해 담은 잡지다.


구자열 회장은 창간호에서부터 줄곧 '보보담' 편집주간으로 편집노트를 쓰며 연간 기획안 협의와 매호 편집 회의에 참여하는 등 잡지의 총 책임을 맡고 있다.


LS네트웍스가 7년째 돈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연 4회씩 발간하는 잡지 '보보담' 출간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 사진제공 = LS그룹


구자열 회장의 남다른 잡지 '보보담'에 대한 애정LS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만들고 있는 사외보


LS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구자열 회장은 각 호를 제작할 때마다 만사 다 제쳐 놓고 1시간 반 이상을 '보보담' 기획에 몰입 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어떤 날에는 편집 회의만 무려 3시간을 훌쩍 넘긴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보보담'에 대한 구자열 회장의 남다른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LS네트웍스가 발간하고 있는 잡지 '보보담'은 재계 서열 17위 LS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만들고 있는 사외보인 셈이다.


잡지 '보보담'은 현재 총 5000부가 제작돼 서울을 비롯한 전국 800여곳의 공공 도서관과 300여곳의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 등에서 구독을 신청한 일반 독자에게 무료로 전달되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 사진제공 = LS그룹


두터운 구독자 층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보보담'구자열 회장 "회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될 것"


구자열 회장이 지난 7년간 편집주간으로서 잡지 '보보담'에 열정을 쏟아 붓는 만큼 두터운 구독자층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잡지 '보보담'에 실린 독자평 가운데는 '보보담' 속에 들어있는 사진과 내용에 감동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발견되고는 한다. 구자열 회장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구자열 회장은 "돈을 보고 하는 일이 아니니 돈을 보고 하는 잡지에서 담지 못하는 것을 담을 수 있다"며 "회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보보담'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잡지 '보보담' 한 호를 발간할 때마다 배송비를 포함해 약 1억 5천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 연 4회씩 발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1년에 6억원이 '보보담' 투자되고 있는 뜻이다.


LS네트웍스 매거진 '보보담(步步譚)' / 사진제공 = LS네트웍스


구자열 열정 담긴 '보보담', 예술·문화 잡지 은상한국의 인문 풍경을 담는 대표 잡지로 자리매김


잡지 대신 온라인 전용으로 '보보담'을 발간 및 배포하더라도 발행과 배송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지만 구자열 회장은 잡지로 발행하는 것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는다.


오프라인으로 책을 읽는 질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자열 회장은 잡지 '보보담' 표지도 일부러 한지 느낌이 나는 종이를 쓰고 있다.


이러한 구자열 회장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LS네트웍스 잡지 '보보담'은 지난 5월 '2018 아스트리드 어워드(Astrid Awards)' 예술·문화 잡지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최근에는 통권 30호를 발행하며 명실상부한 한국의 인문 풍경을 담는 대표 잡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적자에도 펜을 놓치지 않고 있는 구자열 회장의 남다른 '잡지 사랑'. 덕분에 '함께 걷고 나누며 더불어 성장하자'는 구자열 회장의 철학은 잡지 '보보담'을 통해 사회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