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병아리 키운 노하우로 연매출 7조 '하림' 만든 김홍국 회장의 두 얼굴

(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우) 하림 전북 익산 공장 / 뉴스1, 사진 제공 = 하림


'닭고기 성공신화' 김홍국 하림 회장의 '두 얼굴'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연 매출 7조원에 달하는 거대 닭고기 기업을 세운 김홍국 회장의 '하림'이 갑질 꼼수에 이어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로 김홍국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 회의에 상정하고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골자의 심사보고서를 하림그룹에 발송했다.


김홍국 회장은 11살에 외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닭으로 키워 팔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 양계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이룬 '병아리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뉴스1


지난 1986년 하림식품을, 4년 뒤인 1990년에는 하림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계열 사업을 펼친 그는 수익구조의 다변화에 나서 1차 산업을 넘어 농장, 공장, 시장에 이은 운송까지 점령했다.


현재 국내 닭고기 시장 20%가량을 점유한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업체로 거듭난 하림은 지난해 종합 매출 7조원을 달성하면서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놀라운 성공신화를 자랑하는 김홍국 회장이지만 이번 공정위의 고발로 그 이면에 숨어있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 일가 사익 취했다는 논란의 하림


공정위는 김홍국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해 사익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올품 도계 공장 전경 / 올품 홈페이지


김준영 씨는 지난 2012년 김홍국 회장에게 올품 지분 100%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이 '올품'은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며 하림그룹의 지배 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올품의 지분 100%를 지닌 김준영씨가 김홍국 회장보다 더 강력한 그룹 지배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공정위는 이 시기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이 연 700억~800억가량에서 3천억~4천억원대로 급상승한 배경에 김홍국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림이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공정위는 하림이 닭을 사면서 기존 계약과 달리 매입 금액을 낮춰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하림에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뉴스1


배경은 이렇다. 우선, 하림은 농가에 병아리와 사료를 외상으로 준 후, 완전히 자란 닭을 다시 전량 매입한다.


이때 닭의 '매입 가격'은 일정 기간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림이 사후 산정해 통보한다. 물론 매입가에서 외상대금은 제외되는 방식을 적용한다.


그러나 출하 직전, 조류독감 등과 같은 재해 등으로 특정 농가의 닭들이 폐사하는 경우 닭의 마릿수는 적어져 결국 평균 매입가가 높아진다. 하림 측에 손해라는 뜻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이러한 부분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생닭의 평균 가격을 인상시키는 농장 93개를 가격 산정 과정에서 제외해 생닭 대금(하림에서 농가에 주는 돈)을 낮은 수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하림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농가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갑질을 일삼은 셈이다.


뉴스1


일각에서는 연달아 제기되는 의혹과 공정위 조사에 '닭고기 성공신화' 김홍국 회장의 명성에도 빛이 바래고 있다는 평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아직 공정위 처분결과 통지서도 오지 않은 상태로, 공식적인 입장을 표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 회의에서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 제재안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