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재판으로 새해 맞는 삼양식품식품업계 최초 '2억불' 수출하고도 웃지 못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인 삼양식품이 '오너 리스크'라는 악재로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할 모양새다.
삼양식품을 이끌고 있는 '오너 부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총괄사장이 새해부터 재판에 나란히 서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제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삼양식품 오너 부부의 경영 비리 재판 1심 선고일을 내년 1월 25일로 미뤘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오너 부부의 1심 선고는 지난 14일에 이뤄졌어야 한다.
재판부가 '오너 부부' 1심 선고 날짜 미룬 이유
재판부가 예정과 달리 선고기일을 미룬 이유는 삼양식품 측 변호인단이 제출한 의견서와 변론재개신청서를 들여다보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배임과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삼양식품 '오너 부부'를 변호하는 이들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에 의견서를, 지난 10일에는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삼양식품 오너부부는 회생 불가능한 자회사에 자금을 대여하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회삿돈 총 5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를 받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회삿돈 '50억' 횡령한 오너 부부
이들이 만든 페이퍼컴퍼니는 삼양식품에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를 납품하지 않고도 대금을 받았다.
삼양식품이 페이퍼컴퍼니에 지급한 돈은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에게 모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정수 사장은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매달 4천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았다.
이 돈은 전인장 회장의 자동차 리스비용으로 사용하거나 자택 수리비로 쓰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이 징역형 선고하자 '감정'에 호소한 오너 부부
검찰은 이 같은 수법을 이용한 오너부부의 죄질이 불량하다 판단, 전인장 회장에게 징역 7년을 김정수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오너 부부와 변호인단은 재판장에서 감정에 호소했다.
전 회장은 "죽는 날까지 저지른 죄를 갚겠다. 제가 가진 재산을 사회와 나눌 방법을 찾겠다"고 호소했다.
김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김 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직원들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너 부부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다. 문제 될 수 있는 사업은 모두 그만뒀다"고 강조하며 "피고인들은 진정성을 담은 확약서도 제출했다. 감경받을 만한 사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불닭볶음면' 흥행에도 크게 웃지 못하는 삼양식품
한편, 삼양식품은 공전의 히트상품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식품업계 최초로 2억달러 수출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일 삼양식품은 '제55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식품업계 최초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불닭볶음면'으로 높은 판매고를 내고 있음에도 '오너리스크' 때문에 시원하게 웃지 못하는 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는 '오너 리스크'가 완벽히 해소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