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약에 의존하던 국민들 위해 '펜잘' 개발한 종근당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국민들이 두통약이라고는 해외 의약품 '타이레놀' 등에 의존하던 시절, 국내의 한 제약사가 국민 두통약을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제약사의 정체는 바로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지난 1983년 스위스 로슈의 제품 '사리돈'을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며 이를 한국의 진통제로 키워냈다.
그러나 로슈가 한국에 진출한 후 '사리돈'을 다시 넘겨주면서 종근당은 고민에 빠진다.
'사리돈'만큼 강력한 국민 두통약 개발 나선 종근당
'사리돈'만큼 강력하면서도 아플 때 사람들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국민약을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종근당은 진통제 시장을 다시 찾기 위해 한국인에게 맞는 제품을 독자 개발에 나섰다. 마침내 종근당은 지난 1984년 자체 개발한 '펜잘'을 시장에 내놓았다.
제품명 '펜잘'은 영어로 통증(Pain)과 한국말 '잘'이 결합돼 '통증에 잘 듣는 약'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생리 증후군' 겪는 여성들에 인기몰이 '펜잘'
'펜잘'에는 국내 다른 진통제에는 들어있지 않은 '데아놀' 성분이 들어있다.
'데아놀'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복용한 후 소비자들은 진통 효과와 함께 머리가 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증강시키는 역할을 해 만성피로나 졸음, 스트레스, 우울 상태를 개선하고 두통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펜잘'은 특히 생리 증후군을 겪는 여성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 소비자 타깃 대대적인 광고 진행한 종근당
'펜잘'을 찾는 여성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인지한 종근당은 진통제 시장 탈환을 위해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나섰다.
여성 소비자가 많은 점을 감안해 인지도 높은 여성 텔런트 사미자 씨를 '펜잘'의 모델로 내세웠다.
'무슨 잘? 펜잘!' 이라는 광고 카피는 당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광고 전략은 통했다. '펜잘'은 빠르게 진통제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편의성·안전성 높이며 '제품 세분화'한 종근당
하지만 종근당은 인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며 진통제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종근당은 '펜잘'의 인기에 힘입어 펜잘 제품을 세분화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두통약 '펜잘큐', 해열진통제 '펜잘이알서방정', 생리통에 효과적인 '펜잘더블유' 등 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기존에 제약 업계에서 보기 드문 과감한 마케팅을 이어갔다.
펜잘큐 패키지에 '구스타브 클림트' 그림 새겨넣은 종근당
종근당은 진통제 시장 주요 소비자가 20~30대 여성이라는 점에 고려해 '핸드백에서 꺼내는 예술'이라는 콘셉트를 채택했다.
지난 2008년 종근당은 기존 '펜잘'을 '펜잘큐'로 리뉴얼하며 '펜잘큐 패키지'에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의 명작 '키스'를 넣었다.
당시 제약업계 최초의 '아트 마케팅'이었기에 제약 업계 관계자들은 '파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곧 아트 마케팅은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 2009년 종근당의 매출이 전년 대비 21%나 올랐다.
JYJ·두시 탈출 컬투쇼 패러디 등 다양한 광고로 시선 모은 종근당
2011년에는 아이돌 그룹 JYJ 광고 모델로 발탁하며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했고 2014년에는 개그 듀오 컬튜를 내세워 라디오 광고도 집행했다.
컬투의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 탈출 컬투쇼'를 패러디한 '두통탈출 펜잘쇼' 시리즈는 일상의 두통 거리를 사연으로 풀어내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끝에 오늘날의 '국민 두통약'에 반열에 든 '펜잘'.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내 진통제 시장에 강자로 남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