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문 대통령님, 두 아이 아빠 산업은행 IT개발자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

(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우) KDB산업은행 / gettyimagesBank,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산업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에 투입된 IT 개발자의 죽음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최근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KDB산업은행에서 IT 개발직 외주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산업은행의 노동 실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느 IT개발자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에서 본인을 산업은행 IT 개발 외주 직원이라 밝힌 A씨는 산업은행의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A씨가 폭로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산업은행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40대 신 모 차장이 지난 10일 오후 6시 30분 산업은행 별관 2층 화장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A씨에 따르면 사망 추정 시간은 오후 1시 30분.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반차를 썼겠거니' 생각하거나 오래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야근 때문에 저녁을 같이 먹기 위해 전화를 걸어보다가 받지 않자 찾기 시작했고, 화장실에서 이미 쓰러진 그를 찾을 수 있었다. 5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된 셈이다.


A씨는 그가 두 아이의 아빠로, 평소에 지병이 있어 약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문제는 이 사건으로 드러난 산업은행의 노동 실태였다. A씨에 따르면 이번 산업은행 프로젝트의 투입에는 이상한 조건이 있었다.


프로젝트에 '정규직'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것. 보통 프리랜서인 IT 개발자들은 시간외근로수당을 명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편의를 위해 매월 일정액을 추가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을 맺고 투입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내건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하청업체들은 IT 개발직 프리랜서들을 최저임금으로 정규직화해 고용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책임 회피' 논란 일어난 산업은행의 삼중 고용 구조


산업은행의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의 주 수행사는 SK C&C다. 그리고 SK C&C는 이 프로젝트에 도입될 개발 인력을 하도급 업체를 통해 구한다. 삼중 구조다.


결국 개발자들은 이러한 조건 하에 하청업체의 '정규직' 타이틀을 달았으나, 하청업체는 인력 소개소일 뿐 아무 기능을 하지 않는다.


이 묘한 구조로 인해 어떠한 사건이 벌어져도 산업은행, SK C&C, 그리고 하청업체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 해당 청원글의 골자다.


A씨는 또한 본인이 경험했던 몇 번의 은행 프로젝트들이 모두 기한 내에 끝내야 하는 '빅뱅' 방식이었다고 토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행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자들을 압박하고, 그로 인해 개발자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상상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의 노동 환경을 책임질 주체가 없는 상황. 산업은행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해당 청원글로 인해 하루 만에 청원 참여 인원 1만명을 넘어서며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산업은행 측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하도급 업체 직원이 사망한 것은 사실이다"며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요인으로 사망한 지에 대해서는 조사 중으로, 경찰 조사 중인 사건이라 현재 관련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건물 전경 / 사진=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