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한테만 빼빼로 안 줘" 빼빼로 집어 던진 대홍기획 임원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의 한 임원이 '빼빼로를 안 챙겨줬다'는 황당한 이유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갑질'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한겨레는 대홍기획의 상무급 임원 A씨가 '빼빼로를 안 챙겨줬다'는 황당한 사유로 부하직원에게 '갑질' 횡포를 부린 사건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9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팀장급 부하직원 4명을 불렀다.
A씨가 업무 중이던 직원들을 방으로 소집한 이유는 '빼빼로' 때문이었다.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회사 차원에서 빼빼로 과자를 돌렸는데, 정작 자신에게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
A씨는 "왜 나한테 아무도 빼빼로 과자를 챙겨주지 않았냐"라며 "빼빼로데이 (나한테) 아무도 (빼빼로를) 안 줬어요. 여러분은 빼빼로 다 받았지? 한 번도 나를 챙겨준 적이 없어, 어떻게!"라며 30분간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직원들에게 빼빼로 과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화풀이성으로 보이는 A씨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A씨는 다른 임원과 마찰이 있거나 직원들의 보고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에도 왕왕 소리를 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외치는 이갑 대표 얼굴에 먹칠한 '빼빼로 갑질'
문제는 이와 같은 사건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열린 조직문화를 위해 적극 힘쓴다고 알려진 '대홍기획'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대홍기획은 최근 국내 광고 회사 최초로 라이브 방송 '새답라이브'를 열고 이갑 대홍기획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등 상호 존중 조직 문화를 위해 나섰다.
지난 1월부터는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동일하게 'CⓔM(쌤)'이라 부르도록 적용되는 단일 호칭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위계질서를 타파하는 창의적이고 수평적 문화로 대홍기획은 지난 11월 22일 한국PR협회가 주관하는 '2018 한국PR대상'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빼빼로 갑질' 사건이 벌어진 건 사내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바로 전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빼빼로를 받으려면 평소에 처신을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일부 누리꾼들은 "혹시 '갑질'이 아니라 임원이 사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니냐"며 의혹 섞인 의견을 게시하기도 했다.
사건 직후, 직원들의 제보를 받은 대홍기획 준법경영팀이 진상 조사를 위해 나섰으나 해당 임원은 조사 기간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대홍기획은 조사를 마친 지난 10일 징계 차원에서 해당 임원에게 대표이사 명의로 '피해 직원들에게 사과하라'는 골자의 경고 조치를 내렸다.
대홍기획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이 벌어진 것은 맞다"며 "1차로는 서면 경고를 내려 담당자들이 직원에게 사과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내 따돌림 등 자세한 사건 경위는 알지 못핬다"고 일축하면서, 이어질 추가 조치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진행 중인 사항으로 논의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