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이재용 동생' 이서현 떠나자 '땡처리(?)' 나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자살골'

(좌)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뉴스1 (우)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전문 경영인 박철규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게 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16년간 패션 사업에 몸 담았던 오너 일가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사임한 날로부터 딱 일주일 만에 열린 '초특급 세일'인 셈.


사진 제공 =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이서현 전 사장 퇴진 일주일 만에 '슈퍼 세일'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13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전국 44개 에잇세컨즈 매장에서 2018 가을·겨울 '슈퍼 세일'을 진행한다.


이번 슈퍼 세일 기간에는 인기 제품인 '수주 패딩'과 '이사배 코트'를 각각 6만 9,900원, 9만 9,900원에 판매한다.


뿐만 아니라 경량다운, 스웻셔츠, 스웨터 등 이너웨어 상품들도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겨울 아이템을 기존보다 대폭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에잇세컨즈 '슈퍼 세일' 바라보는 업계 시선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좀처럼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제 살을 깎아먹는 '떨이 할인'이라는 '자충수'를 뒀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은 줄곧 제자리걸음이다. 2015년 1조 7,382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은 지난해 1조 7,495억원으로 늘었다. 2년 여가 흘렀지만 매출은 0.65% 증가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주력 브랜드로 꼽히는 에잇세컨즈도 마찬가지다.


2012년에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2013년 1,200억원, 2014년 1,300억원, 2015년 1,500억원, 2016년 1,700억원, 2017년 1,8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사진 제공 = 컨테나스트 인터내셔널


'이서현의 아픈손가락' 에잇세컨즈 초라한 현주소


경쟁 브랜드의 성적과도 대조된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조 2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냈으며, 이랜드의 스파오는 3,200억원, 신성통상의 탑텐은 2천억원에 매출을 낸 바 있다.


이처럼 브랜드를 론칭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매출 2천억원을 넘지 못하는 에잇세컨즈가 '제 살을 깎아먹는' 파격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신성통상 탑텐의 '텐텐데이'나 유니클로의 '유티클로 감사제'의 경우 포털 사이트 실검에 오르며 공식 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진풍경이 벌어진 반면 에잇세컨즈는 '무한 로딩' 따윈 없다. 접속이 원활하기만 하다.


에잇세컨즈의 초라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인 셈이다.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뉴스1


에이세컨즈가 이서현 퇴진 일주일 만에 '슈퍼 세일' 연 까닭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서현 전 사장의 부재를 환기시키기 위해 사실상 땡처리에 가까운 '떨이 할인'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전 사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브랜드였다.


이서현 전 사장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업계 4위에 머무는 데다, 실적 부진이란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이서현 전 사장이 퇴진했다.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너 경영'인데, 이서현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든든한 '추진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박리다매', '슈퍼 세일' 등의 자충수를 둔 배경이라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슈퍼세일, 이서현 전 사장과 관계 없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번 세일은 이서현 전 사장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슈퍼 세일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세일이다. 보통 이 시기에 세일을 많이 한다"며 "이서현 전 사장의 퇴진과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전 사장은 지난 6일 사장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서현 전 사장의 빈자리는 전문경영인인 박철규 부사장이 맡게됐다.


이날을 기점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철규 부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품총괄을 맡은 바 있다.